『밤이 선생이다』
이 시대 최고 산문집이라는 상찬이 따른다.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이 쓴 책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출판 빙하기에 5만부 넘게 나갔다.
청와대에 초청받은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부부에게 선물했다. 김정숙 여사는 “시대의 비천함을 함께 마음 아파하고, 더러 못 생긴 것, 낮게 놓여있는 것, 투박하거나 소박한 것을 향하는 선생의 따뜻한 시선”이라고 답례 독후감을 써 보냈다.
중앙일보 인터뷰팀과 찾은 정릉 집은 내부순환도로가 내려다보이는 고층아파트였다. 예상과 달리 방 하나를 빼고는 훤했다. 대부분의 책은 포천 서재에 있단다. 정릉과 포천을 오가며 사는데 글은 대부분 포천에서 쓴다.
경남대에서 잠시 교편을 잡던 시절, 술고래 5인방이라고 불렸다. 주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4인방이 더 못 마셔 그랬단다. 그러다 고려대로 옮기며 술이 늘었으니, 학교가 나를 못살게 굴어 그런가보다며 하하 웃는다.
부질없다고 여겼을까. 가훈이 없다.
-하루라도 책을 안 보면 내가 알고, 1주일을 안 보면 제자가 알고, 한 달 안 보면 세상이 안다는 말이 있잖아요.
술이 떡이 돼서 들어와도, 어떤 일이 있어도 책상 앞에 앉았다가 잔다. 책을 폈다가 다시 접더라도 그런다. 공부가 직업이니 이도 ‘직업병’일까.
-젊은 세대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지요.
-당황스런 질문이에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았으면 해요. 지금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세요.
-글을 잘 쓰는 방법이 있을까요.
-마음을 비우고 정직해져야지요. 사람들은 정직하지 않게 쓰려 애쓰거든요.
서재를 찾아간 날은 9월5일이다. 인터뷰 시간 내내 황 선생의 아내는 식탁 한쪽에서 책을 읽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마광수 교수가 떠났다는 뉴스 속보가 떴다.
안충기 기자·화가 newnew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