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은 지난 대선 때 중요한 쟁점이다.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단 폐쇄 결정을 비판했다. 현재 100만평(3300만㎡)을 2000만평(6600만㎡)으로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피해기업 보상과 공단 재개도 약속했다.
그런데 선거 이후 개성공단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기다렸다. 문 대통령이 약속한 게 있어 언젠가는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시간이 지연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2일 “북한이 개성공단 내 의류공장을 몰래 가동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이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6일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공업지구에서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에 대하여 그 누구도 상관할 바가 없다”, “공업지구 공장들은 더욱 힘차게 돌아갈 것”이라며 사실상 외신보도를 시인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11일 무단 가동을 확인하기 위해 즉각 방북을 승인하라고 북한 당국에 요구했다. 우리 정부에는 진상조사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신 회장은 통일부에 이어 청와대 관계자를 접촉했지만, 힘이 빠져 있었다.
- 청와대와 논의가 잘 됐나요.
- 우리 정부는 방북을 승인하겠다는 입장 아닙니까.
- 협회가 따로 확인할 라인이 없나요.
- 중국 쪽에서 듣는 건 없나요.
- 원부자재를 거의 남쪽에서 제공해 공장을 가동해왔다고 아는데.
- 북쪽에 그런 협력업체가 없을 텐데 어떻게 가동합니까.
- 가봐야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그는 보상 문제로 말을 돌렸다. 재개보다는 보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것 같다.
“지난 정부가 통치권 행위라는 미명하에 닫았지 않습니까.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는 공단을 묻고… 그래도 이게 국가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원통하고 분하지만 순응했죠. 그렇다면 보상은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 보상을 받지 못했나요.
- 왜 지급을 안 한 거죠.
- 보상 산정은 완전 철수를 전제로 한 건가요.
- 그럼 기업 입장에서는 재개보다 보상을 제대로 받는 게 현실적이네요.
- 그게 얼마나 되죠.
- 회원사들 사정은 어떻습니까.
- 재개될 가능성을 어떻게 보세요.
- 재개되더라도 인질이 될 위험은 없습니까.
- 개성공단이 남쪽에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나요.
그는 “폐쇄 당시 포함돼 있지 않았던 UN 제재안에도 개성공단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에게 희망을 건다는 말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공약 중 하나가 한반도 신경제 지도를 다시 쓰겠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북한 빼고는 신경제 지도의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의지를 지금은 표출을 못하더라도 나름의 준비는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차원에서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우리는 좌파, 종북 기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도 나름의 기대감, 해양경제권이 대륙으로 가야 하는 대한민국의 활로를 우리가 작게나마 그 불씨를 만들려고 한 것이지 돈만 벌려고 가는 게 아닙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S박스/개성공단에서 남북공동어로용 어망 만들고 싶었어요.
신한용 회장은 충남 태안에서 2남3녀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교육을 위해 인천으로 이주하며 형과 누이들만 데려갔다. 신 회장에게는 조부모를 도와 농사를 지으라며 남겨놓았다. 이 바람에 늦게 인천으로 올라와 인하대를 졸업했다.
그는 1993년 무작정 중국으로 갔다. 산둥성 룽청(榮城)시에서 어망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농사도 짓고, 고깃배도 타 어망에 익숙한 덕분이다. 현재 그가 대표인 신한물산 중국 공장 종업원수는 500명.
그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뒤늦게 개성공단에 들어갔다. 10.4선언에 서해에 남북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때 반대도 있었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망을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서 남북공동어로작업에 쓰면 그것만큼 희망적이고 보람된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재작년 개성공단에서 철수할 당시 종업원은 230명, 연 매출이 120억원 정도였다. 현재 예산에 대체공장을 세워 50명 정도를 고용하고, 교정인력 80명도 쓰고 있다.
그는 학업이 늦었다. 하지만 인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5년째 초빙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매년 여름 학생들을 이끌고 중국으로 가는 ‘현대판 장보고를 만들자’ 탐방도 맡고 있다.
북한이 개성공단 무단가동 하면
우리 하고 경협 안 하겠다는 뜻
어디 가도 북한만한 곳 없더라
개성공단 방문 자체로 상징적
북한 당국 승인하면 희망 있어
그런 불씨 살려보자는 생각
대출 상환 못해 폐업 못하고
해외로 이전, 치킨집 전업 등
모두가 악전고투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