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전 세계 미디어 관련 종사자 3008명이 이달 초(4~7일) 미국 워싱턴에 모였다. 온라인뉴스협회(ONA, Online News Association) 주최로 열린 ‘ONA17’ 컨퍼런스에서다. 디지털뉴스 관련 종사자들의 이익단체인 ONA는 워싱턴에 사무국을 두고 있다.
컨퍼런스 이틀째인 6일,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의 소셜미디어 담당자에게 한 참가자가 던진 질문이다. 이 두 회사는 소셜미디어 콘텐트 생산ㆍ전달 기법을 참가자들과 공유하는 주제를 갖고 강연장에 나왔다.
이들의 강연 내용은 콘텐트가 PC에 노출된다는 가정을 하지 않았다. 강연 시작부터 “모바일에 우리의 독자가 있다”는 대전제를 깔았고, 2014년 30%였던 모바일(스마트폰+태블릿) 기기 사용 비율이 올해 55%로 늘었다는 통계를 근거로 들었다. 실제 중앙일보 뉴스페이지도 모바일 접속자 비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NYT의 스냅챗(소셜미디어의 한 종류) 에디터인 페르난다 브로운 브래켄리치는 마치 준비한 것처럼 답을 꺼냈다. 그는 “세상사 모든 일이 모바일 환경에 맞는 뉴스가 될 수 있다(Anything can be a story)”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는 이제 시대의 대세”라며 “그 공간에 우리들의 독자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는 이 말은 '뉴스 소재에 대한 제한을 두지 말고, 소셜미디어 이용자가 뭘 원하는지 생각하라'는 뜻이다. NYT 뉴스룸(편집국)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고민에 대한 브래켄리치의 대답이기도 하다.
NYT만의 ‘디지털뉴스 고민’은 뭘까. 이를 듣기 위해 기자는 강연 뒤 따로 그를 만났다. 말을 걸자 오히려 브래켄리치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뉴스룸은 디지털 혁신이 잘 되고 있나요?”
기자는 “그나마 조금씩 잘 되고 있다”는 희망 섞인 답을 해줬다. 다만 “한국엔 ‘디지털뉴스는 웃긴 이야기를 쓰는 것’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많은 것 같다”는 얘기를 덧붙였다.
이 얘기를 들은 브래켄리치는 “우리 뉴스룸 안에도 그런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 있다”며 “우리 스스로 그런 선입견을 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디지털뉴스와 관련한 해외 사례가 거론되면 국내 기자들 사이에선 “한국은 사정이 다르지 않느냐”는 말이 쉽게 나오지만, 이들의 반응은 '우리도 너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식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마찬가지다. 이곳 모바일 이노베이션랩 소속 사샤 코렌이 전해준 내부 고민은 이렇다.
“우리가 기사 공급을 선별해서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진 시대잖아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뉴스에 어떤 가치를 담아서 전달해야 할까요.”
또 메건 헤스 블룸버그 모바일 플랫폼 에디터는 “독자가 우리 회사에 원하는 게 뭔지 끊임 없이 답을 고민해야 하고, 그렇게 답을 찾아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독자의 요구를 알아내지 못했으니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에선 고민의 답을 찾으려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선 “답이 없는데 어떻게 움직이느냐”며 갈등을 빚는 것 또한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고 한다.
“기자 개인이 갖고 있는 정치적 의견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게 회사나 기자에게 좋은 일일까.”
이따금씩 기자가 SNS에 올린 글로 필화(筆禍)가 일어나는 한국에서 나온 질문이 아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국인 NPR의 마이클 오레스케스 보도국장은 이 같은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던졌다. 이 역시 한국이나 미국이나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워싱턴=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본 기사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