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 중국의 동남아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은 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무기 판매를 통한 양국 협력과 경제적 이득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라는 세계 전략 차원에서 무기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이른바 실크를 앞세운 주변국과의 군사협력, 더 나아가 이들 국가 국방 체계의 '중국화'다. 대양 해군을 위한 항로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전략 차원에서 무기 판매에 공을 들이는 중국
지난 5년간 中 무기 수출 2007~2011년보다 74% 증가
말레이시아는 어떤가. 2016년 11월 나집 라작 총리가 방중 때 중국산 해안경비선 4척을 구입키로 합의했는데 이 중 2척은 중국에서, 나머지 2척은 말레이시아에서 건조될 예정이다. 중국이 경비선을 팔면서 기술 이전까지 약속한 것이다. 구매액은 2억 7700만 달러(약 3175억 8000만원)에 이른다.
중국은 미얀마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 대부분과 장갑차량, 총기, 해군 함정을 제공하는 최대 무기 공급자이기도 하다. 2012년 미얀마 해군에 구형 053H1 프리깃함 2척을 넘겨줬다. 지난 5월에는 중국-미얀마 해군이 사상 처음으로 연합훈련을 실시했는데 미사일 장착 구축함인 창춘함, 미사일 장착 프리깃함인 징저우함, 보급선 차오후가 참가해 벵갈만과 인도양을 휘젓고 다녔다.
사실 중국의 무기 수출이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집권 이후 지난 5년간 증가세는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파르다. 미국의 안보 전문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국의 무기 수출은 2007~2011년에 비해 74% 증가했으며 세계 무기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2%까지 올랐다. 이미 독일, 프랑스, 영국을 앞질러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무기 수출 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미 중국 산 무기 체제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파키스탄은 최근 중국에서 수 척의 소형 구축함을 구매했고 추가로 8척의 잠수함 구매 계획도 밝힌 상태다. 일대일로의 핵심 거점인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산 무기를 빼면 자국 국방을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중국과의 무기 동맹을 넘어 무기 식민지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의 무기 판매는 사실 일대일로 전략의 숨겨진 핵심이다. 일대일로가 미국과의 국제 질서 지배, 즉 G2(미국과 중국) 고착화를 위한 소프트 전략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대로다.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의 경제와 문화 파워를 전파하는 게 일대일로의 전부인 것 같지만 내면에는 대양 해군 건설이라는 전략적 목표가 숨어있다.
중국은 이미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의 콜롬보, 파키스탄의 과다르에 이어 동아프리카 지부티항까지 확보했다. 이른바 중국 대양 해군의 '진주목걸이' 전략을 위해 그 주변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군사 항구를 속속 장악해나가고 있는 거다.
중국은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염가 파격 세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국의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중국은 무기 수출 과정에서 부가조건을 명시하지 않거나 대금 결제에서 대출을 해주는 등 조건을 완화해주는데 이게 수출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은 미국에 비해 가격과 애프터 서비스에서 강점이 있다면서 무기 판매 시 기술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무기를 구입한 국가들은 자연스럽게 중국 식 무기체계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기 군사 동맹관계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미국식 무기 체계를 따른 한국과 일본이 미국 산 무기 구입과 업그레이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 역시 미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는 얘기다. 비단 따라 무기가 팔리고 무기 따라 일대일로가 흐르면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도 보이지 않게 그 힘을 더하고 있다.
차이나랩 최형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