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들의 발걸음은 식당 영업이 끝나는 오후 2시 무렵까지 이어졌다. 이 사이 식당 한 쪽에 놓인 투명 금고에는 1000원짜리 지폐가 수북이 쌓여갔다. 점심을 먹은 후 식당을 나서던 정금순(71·여)씨는 “요즘 어디 가서 1000원짜리 밥을 먹을 수 있겠냐”며 환하게 웃었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 ‘해 뜨는 식당’
별세한 김선자 할머니 딸 김윤경씨
고인 이어 불우이웃 위한 밥집 운영
“형편이 허락하면 계속 이어나갈 것”
김선자 할머니는 2010년 8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주민과 상인들을 위해 1000원짜리 백반집을 시작했다. 주민들은 개업 후 늘 적자에 시달리면서도 밥값을 올리지 않는 식당 주인을 향해 “장사가 아닌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미혼이던 딸 김씨는 설거지를 하며 어머니를 도왔다.
이후 식당은 김 할머니가 암 투병 중 작고하자 시장 상인들이 영업을 이어갔다. 딸 김씨는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어머니가 고인이 된 지 한 달 만에 식당 운영에 뛰어들었다.
생전 김 할머니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식당을 이끌어갈 사람을 찾았다. 독거노인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계속 1000원만 내면 눈치보지 않고 식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한 김 할머니는 딸 김씨가 대를 이어주길 바랐다고 한다.
중국 등 해외에서 생활해온 온 김씨도 처음에는 식당을 맡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김 할머니가 사망한 뒤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야한다’는 생각에 직접 운영에 뛰어들었다.
김씨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이 크다”며 “형편이 허락하는 한 따뜻한 한 끼 식사를 1000원에 제공함으로써 어머니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