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헌재의 위상과 권위를 흔들려는 어떠한 기도도 막아내는 것이 헌법적 가치이자 명령이다. 정치권력 등 외부 영향으로부터의 독립은 그 핵심이다. 특히 헌재소장 선임은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돼야 하는 헌재 독립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대행 적법’ 주장은 헌법정신 훼손
헌재를 ‘헌재답게’ 만들 책무 있어
파행의 원인은 문 대통령과 야당의 인식 차에 있다. 국회는 지난달 11일 야당 주도로 김 권한대행의 헌재소장 인준안을 부결시켰다. 일단 부적격자로 판단된 만큼 지명권자인 문 대통령은 조속히 후임 헌재소장 후보자를 찾는 게 순리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 10일 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의 임기인 내년 9월 19일까지 1년여를 이어가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문 대통령은 대행 체제를 언제까지 끌고 가겠다는 구체적인 시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도 ‘적법’과 ‘합법’만 강조할 뿐 언급을 피했다. 국회의 부결에 불만을 표시하는 불복의 의사이자 오기라는 인상마저 든다. 헌재소장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정신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편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헌재소장과 이를 따르는 헌재가 정권의 눈치를 볼 개연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헌재가 독립성을 의심받는다면 그 존재 의의는 사라진다.
대통령은 헌법기관을 정당하게 구성해야 할 책무가 있다. 권한대행 체제는 국회 임명동의권을 무력화하고, 헌법정신의 실종을 초래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신임 헌재소장 후보자를 지명하겠다고 밝히면 모든 문제는 풀린다. 형식적인 법률 내용이 아니라 절차적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출 때 헌재가 헌재다워진다.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가 바로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