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톱! 불량 국감] “망나니·차떼기” 막말에 삿대질 … 증인 불러놓고 자기 말만 하기도

중앙일보

입력 2017.10.16 01:39

수정 2017.10.1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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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막말과 고성으로 얼룩지고 있다. 여당이 전(前) 정부에 대한 적폐청산을 내걸고 야당은 이를 현 정부의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격돌하면서다. 일부 국감장은 시작부터 파행했다. 정쟁 속 정부 부처에 대한 감시와 견제란 국감 본연의 기능은 흐릿해졌다.
 
①여야 간 고성·막말·반말 오가는 국감=1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망나니’라고 언급한 발언이 나와 여야 간 고성이 이어졌다.

“말 놓는 거야 지금?” 반말 공방
헌재·경찰청 국감 등 잇단 파행
국정 감시 아닌 ‘정치 국감’ 논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현 정부) 외교·국방이 너무 무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정인 특보는 거의 한·미 동맹을 깨뜨려도 좋다는, 거의 망나니 수준의 위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말을 가려서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칼을 휘두르는 사람을 망나니라고 한다”며 “대통령 특보를 망나니 같다고 하는 것은 언어폭력이다. 절대 써서는 안 될 표현”이라고 맞받았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윤영석 한국당 의원에게 “이게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야?”라고 따졌고, 윤 의원은 “말 놓는 거야 지금?”이라며 ‘반말’ 공방까지 벌였다.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민주당 교문위원들이 "국정역사교과서 찬성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차떼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한국당 위원들은 사과는 커녕 적반하장으로 여론조작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다. 이날 오전 10시 예정이던 문체부 국감은 1시간35분이 지나 시작됐다.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국격, 발언 등을 상호 존중해 국회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②‘파행 또 파행’=곳곳에서 파행이 잇따랐다. 법제사법위의 헌법재판소 국감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자격 논란으로 시작한 지 1시간30분 만에 중단됐다. 국회에서 임명동의가 부결된 인사가 대행을 맡을 수 있느냐는 야권의 반발 때문이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은 “권한대행은커녕 헌법재판관 자격도 없는 사람의 업무보고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사건 문제를 지적한 김 대행에 대한 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감도 경찰개혁위원회에 대한 ‘좌파 인사 장악’ 공방으로 감사 개시 50분 만에 파행으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해양수산부 국감에선 청와대에서 발표한 세월호의 최초 상황보고 조작 의혹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해 2시간 동안 정회됐다. 설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보고가 조작됐다면 엄청난 일”이라고 하자 야당 의원들은 “무슨 소리냐. 지금 뭐가 조작이냐”며 반발해 서로 삿대질과 고성이 오갔다.
 
③증인에겐 질문 없이 설전만=13일 방송통신위 국감에선 여야가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앞에 두고 상대 당에 대한 공세로 일관했다.
 
MBC 출신인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MBC 노조에 대한 경영진의 탄압을 성토하며 첫 질의시간 7분 중 6분30초를 썼다. 이 위원장에겐 “관련 보고를 받았느냐”고 한 차례 물었을 뿐이다. 초선인 김성태 한국당 의원은 “방통위가 특정 언론을 공공연히 지목하며 언론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월권 행위”란 요지의 발언을 하며 7분 전체를 질의에만 할애했다.
 
증인 채택 힘겨루기도 반복됐다. 국방위에선 민주당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한국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맞섰다가 결국 무산됐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여야가 전례 없는 정치 국감을 벌이고 있다. 국정 감시가 아닌 정치적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도구로 국정감사를 이용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