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던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천천동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이곳 산학협력센터 건물 1층 ‘러닝팩토리’에서 서울 한영중 1학년 오준석군이 함성을 질렀다. 오군 앞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곰돌이 인형, 연필꽂이 등이 놓여 있었다.
플라스틱 제품들은 성균관대 학생들이 3D 프린터로 만든 것이다. '학습공장' 혹은 '학습창작소'라는 의미의 이 공간은 성균관대 학생들이 자기 머릿속 아이디어를 3D 프린터를 이용해 현실로 만드는 공간이다. 학생들에게 24시간 열려 있다.
중딩, 대학 가다②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공간
24시간 개방하는 융합교육 터전
영화관 갖춘 예쁜 도서관 인상적
QR코드 모바일 학생증도 신기
‘3D 프린터’ ‘인공지능’(AI) ‘제4차 산업혁명’ ‘융합교육’ 등 미래 사회의 변화를 암시하는 용어들은 이미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대학생이나 중학생에게 많지 않다. 성균관대가 융합교육을 표방하며 러닝팩토리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연과학캠퍼스 학생들은 이곳에서 융합교육을 몸으로 체험한다.
이날 ‘중딩’들은 성균관대 측의 안내를 받아 곳곳을 돌아봤다. 성균관대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재학생인 이윤지(시스템경영공학과·16학번), 차정원(사회과학계열·17학번)씨가 안내를 맡았다.
중딩들은 성균관대의 오랜 역사에 대해 설명 듣고 놀라는 듯했다. 성균관대는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1398년 현재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 설립한 성균관이 시초다. 성균관이 생긴 지 올해로 619년 됐다. 이탈리아 볼로냐대(1088년), 영국 옥스퍼드대(1249년), 프랑스 소르본대(1257년) 등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라는 게 성균관대의 설명이다.
이날 러닝팩토리에는 머리를 맞대고서 토론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중딩들은 토요일에도 캠퍼스에 대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여겼다. 박민서양은 “주말에도 쉬지 않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니 놀랍다. 괜히 명문대가 아닌 것 같다”고 감탄했다.
원씨가 줄을 들어보이며 "이게 3D 프린터의 재료다. 레고 블록의 재료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출력될 제품을 설계하고 고온에서 재료를 녹인 후 한 겹씩 층층이 쌓아가면 제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은수양은 “스마트폰으로나 보던 3D 프린터를 직접 보니 정말 신기하다. 나중에 대학에 진학하면 나만의 캐릭터를 제작해 보고 싶다”고 했다.
삼성학술관은 내부 중앙이 원통 모양으로 1층부터 7층까지 뚫려 있다. 최양은 “도서관이라고 하면 딱딱한 느낌인데, 이곳은 카페처럼 아늑하다”고 좋아했다. 캠퍼스를 안내하던 이윤지씨가 “지하에는 영화관 시설도 있다. 7명만 함께 가면 ‘우리만의 영화관’에서 최신영화를 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이에 오군은 “학교 내에 영화관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나도 이곳에 입학해 영화를 실컷 보고 싶다”고 했다.
이외에도 중딩들은 반도체관·화학관·약학관도 둘러봤다. 학생들은 특히 반도체관에서 수업이 열리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학과는 재학 중에 미국 견학을 다녀오고 졸업 후엔 삼성전자 취업도 보장된다고 한다.
중딜들은 대학학생 자치활동이 이뤄지는 학생회관도 방문했다. 이씨가 “성균관대에는 학생동아리가 500개나 된다”고 소개하자 중딩들은 ‘무슨 동아리가 있느냐’ ‘활동비는 얼마나 내느냐’ 등 다양한 질문을 했다. 이씨가 “축구·노래·게임을 하는 동아리가 있고 치킨을 함께 먹는 동아리도 있다”고 답하자 오군이 “치킨동아리에 가입해 다양한 치킨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해 다들 웃음이 터졌다.
이날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를 둘러본 중딩들은 “대학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최양은 “주말인데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정말 많은 게 인상 깊었다. 나도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레고 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인 오군은 이번 탐방을 계기로 성균관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 오군은 “대학을 다니면서 내가 해보고 싶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내가 디자인한 레고를 3D 프린터로 출력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 신이 난다”고 말했다.
중딩들의 캠퍼스 탐방
‘중딩, 대학 가다’는 지난달부터 새롭게 선보인 코너입니다. 대학 진학에 뜻이 있는 청소년들이 대학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자기 적성·끼에 맞는 대학·전공을 발견하도록 돕자는 취지입니다. 캠퍼스 전반은 물론, 인기 교수 강의,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등 청소년 눈높이에서 알아두면 유용할 콘텐트를 탐방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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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