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양대 공영방송 노조의 총파업이 계속되면서 적지 않은 프로그램들이 재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파업 참여율이 높은 MBC의 경우 정도가 더 심하다. ‘무한도전’뿐 아니라 ‘나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등 웬만한 간편 프로그램들이 6주째 재방송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명백한 재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프로에는 한결같이 ‘스페셜’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붙는다. 편성표에도 ‘스페셜’편으로 표기돼 주의 깊게 보지 않을 경우 특별한 계기를 맞아 공들여 만든 특집 편으로 오해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특히 이들은 재방송을 ‘스페셜’로 포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새로운 상품인 양 VOD 판매로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 네이버 N스토어에서 지난 7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특별편-무한도전 <극한 알바 베스트 5>’란 이름으로 편당 1650원에 판매되고 있다. 다른 간판 예능들의 재방송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라디오스타 또한 ‘레전드 오브 레전드 특집’, ‘라스가 발굴한 스타 특집’, ‘치트키 특집’ 등 과거 방송분의 일부를 짜깁기해 이어붙인 재방송을 ‘특집’이란 이름으로 방송하고 VOD로 판매하고 있다.
옛날 방송 틀어주며 '스페셜'이라는 지상파
무한도전, 나혼자 산다, 라디오스타 등
재방송, 마치 새 상품인양 VOD 판매도
이는 분명 소비자인 시청자들을 기망하는 행위다. 옛날 방송을 몇 편 모아서 짜깁기한다고, 재방송이 ‘특집’이나 ‘스페셜’ 편이 될 수는 없다. ‘무한도전 500회 특집’, ‘광복절 특집’, ‘추석 특집’ 등과 같이 '스페셜'은 특별한 계기를 맞아 기획 단계부터 공들인 프로그램에 붙이는 게 어울린다. 재방송이라고 표기하기 싫다면 있는 그대로 ‘무한도전-극한 알바 베스트 5 편’이라고 하는 식으로 시청자가 혼동하지 않게끔 있는 그대로를 알려야 한다. ‘스페셜’을 남발하는 지상파 탓에 어느덧 한국에선 ‘스페셜’ 방송이 재방송을 뜻하게 됐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