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 평화동에 사는 백성준(58)씨는 지난 3일 고향인 김천시 남면 운곡리 선산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조상 묘 6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태양광발전시설이 건설돼 있어서다. 지난해 추석 백씨가 성묘하러 왔을 때만 해도 조상 묘는 원래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이장업자, 비석 뽑아내고 사진 찍어
무연고 묘라고 속여 이장 요청
김천시청은 사진만 보고 허가
후손, 발전 시설업자 등 고소키로
묘 이장업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묘 20기를 마음대로 파내 충남 금산군 추부면 사설 납골당에 유골을 안치했다고 한다. 백씨는 이번 주 중 해당 납골당을 찾아가 조상의 유골이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묘 이장업자가 묘 20기를 무연고 묘인 것처럼 꾸며 신고하면서다. 이장업자는 백씨 조상 묘 앞에 설치돼 있던 비석을 빼고 사진을 찍어 김천시 남면사무소에 신고했다. 김천시는 현장 확인 없이 사진만 보고 이장을 허용했다.
백씨는 “당연히 시청 공무원이 현장에 가 연고가 있는 묘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그냥 허용해 줬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며 “사실 확인을 위해 시청을 찾아갔을 때도 서로 소관부서가 아니라며 일을 떠넘겨 부서 이곳저곳을 헤매야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김천시는 지난해 9월 일간지와 경북도·김천시 홈페이지를 통해 분묘 개장 공고를 3개월간 했고 태양광발전시설업자 등으로부터 절차에 맞는 서류 절차를 거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천시 관계자는 “행정의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현장에서 무연고 묘가 맞는지 확인하기도 하지만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현장 확인이 의무인 것은 아니다. 서류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백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태양광발전시설업자 등을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백씨는 “엄연히 주인이 있는 묘인데 마치 무연고 묘인 것처럼 자기들끼리 신원보증까지 조작해 허위로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묘 이장 과정에서 어떤 잘잘못이 있었는지를 정확하게 가려 법적으로 해결을 본 뒤 충남으로 옮겨진 유골을 다시 김천시 남면에 있는 다른 선산으로 모셔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