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570억 번 삼성전자... 반도체가 다 했다, 그게 걱정이다

중앙일보

입력 2017.10.13 16:31

수정 2017.10.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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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또 한 번 분기 실적 기록을 깼다. 이 회사는 3분기에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고 13일 밝혔다. 92일 동안 휴일을 포함해 하루에 1576억원씩 벌어들인 것이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64%, 영업이익은 3.06%,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서는 매출 29.65% 영업이익은 178.85% 늘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로써 삼성전자는 2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실적 기록을 큰 격차로 깬 뒤 또 한 번 기록을 경신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8조4600억원으로 과거 최고 실적을 냈던 2013년 한 해 영업이익(36조79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반도체가 다 했고, 그게 걱정이다. 삼성전자가 2014년 완공한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 전경. [중앙포토]

 잠정 실적에선 부문별 수치가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10조원 안팎의 이익을 낸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전체 영업이익의 7할에 가깝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폭등하는 ‘슈퍼사이클’ 덕분이다. 지난해 4분기 4조9500억원이었던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분기 6조3100억원, 2분기 8조300억원으로 껑충껑충 뛰었다.

3분기 매출 62조, 영업益 14.5조 잠정 집계
2분기의 역대 최대 실적서 또 3.06% 늘어

'슈퍼사이클' 반도체, 이익 10조 육박 추정
중국 반도체 추격, 가전·스마트폰 부진 고민
"반도체 다음 먹거리 발굴 서둘러야" 조언

 4분기 전망은 더 좋다. 금융업계에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11조원을 가볍게 넘을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는 꺾일 기미가 안 보인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데이터 기술’이라서다. 반도체의 성능은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저장하고 얼마나 빨리 처리할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 송용호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고성능 반도체는 클라우드 서비스나 인공지능 서비스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부품”이라며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가 엄청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호실적 속에서도 삼성전자 내·외부에선 “마냥 좋아할 때가 아니다”란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호황에 눈이 멀어 산적한 위기 요인을 못 보고 지나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불투명하다.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는 중국은 5년 안에 삼성전자를 위협할 정도로 덩치를 불릴 수 있다. 송용호 교수는 “가전이나 스마트폰 사업 모두 중국이 초창기엔 형편없는 기술력으로 삼성전자의 상대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중저가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낼 정도로 성장했다”며 “반도체 역시 시간 싸움일 뿐 상당한 시장을 중국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개월 공사기간을 통해 지난 2014년 완성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 삼성전자]

 반도체 쏠림 현상도 문제다. 회사 영업이익의 3분의 2 이상을 반도체가 맡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은 이미 중국 업체의 추격을 상당 부분 허용한 상태다.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소프트웨어 사업에선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으로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힘써왔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이런 움직임도 멈췄다. “인공지능 및 음성인식 플랫폼을 장악하지 못한 하드웨어 회사는 껍데기를 만드는 데 그칠 것”이라는 IT 업계의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어 반도체 사업이 흔들릴 경우 리스크가 더 클 것”이라며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한 뒤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다음 먹거리’를 서둘러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