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은 이렇다. 주소지가 경기도인 A씨 부부는 추석을 맞아 지난달 말 남편의 고향인 창원 시댁으로 내려왔다. 이후 A씨와 남편, 남편의 친구 등 세 명은 지난 2일 오후 10시부터 3일 오전 2시59분까지 창원의 가장 번화가인 상남동 중식당과 포장마차 등에서 3차례에 걸쳐 소주 8~9병 정도와 맥주 등을 마셨다. 그러나 이곳을 나와 길을 걸어가다 A씨와 남자 행인 한명이 부딪혔다. 이후 잘잘못을 가리며 A씨 남편 친구와 행인이 다툼을 하는 과정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두 사람을 인근 신월지구대로 데려갔다.
남은 A씨 부부는 이때부터 실랑이를 벌였다. A씨가 남편 친구가 간 지구대로 가 자신도 진술하겠다고 하자 남편이 말렸고 두 사람이 30여분간 다투게 된 것이다. 남편이 A씨를 앞뒤에서 안아 제지하면 A씨가 뿌리치고 가다 넘어지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해보니 폭행 등은 없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한 남자가 112에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데려가려 한다”고 신고했다. 다시 출동한 경찰은 부부싸움으로 판단해 A씨 부부를 각각 다른 순찰차에 태워 신월 지구대로 갔다.
지난 3일 경남의 한 가정폭력 피해자 임시숙소에서 30대 추락사
유족들 "경찰 신변 보호 제대로 하지 않아 이같은 일 생겼다" 주장
경찰 "숨진 A씨가 임시숙소 원했고, 필요한 조치는 했다"고 반박
투신인지 실족사인지 추락사하기 까지 의문점 남아 논란
반면 A씨 남편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처음부터 가정 폭력이 아니다는 것을 여러차례 이야기 했는데 경찰이 듣지 않고 가정폭력으로 판단했다”며 “또 부인이 술에 취했고 여기 사람이 아니다보니 경찰관들이 임시숙소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제대로 못 알아들은 상태로 사인을 한 것인데 저도 모르게 임시숙소로 데려갔다”고 반박했다.
기자가 지구대 조사실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조사실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 여러 차례 우는 모습을 보였으나 경찰관과 대화를 나눈 뒤 몇차례 물을 마셨고, 이후 조사실을 왔다갔다 하며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나 문자를 주고 받았다. 휴대폰 충전을 하기 위해 사무실 탁자 밑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 남편이 조사실로 직접 들어가 대화를 시도했으나 A씨는 남편과 떨어지면서 외면하는 모습을 두차례 보였다. CCTV에 음성은 녹음이 되지 않아 경찰관과 A씨, A씨와 남편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CCTV 영상에는 A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등 만취한 모습은 볼 순 없었다.
그러나 A씨가 조사실에 있던 시간에 가족들에게 보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 내용을 보면 A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보인다. A씨는 “XX X서방 XX가 언니를 발아(팔아)넘겨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감금돼 있어. 한국말이 통하기는 하는데…”라고 했다가 “아빠 X서방 말은 절대 믿지 말고 나를 믿어요. 지금 경찰서에서 걷어나려(벗어나려)하는데 그들도 너무 미안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오전 4시26분쯤 경찰차를 타고 임시숙소로 이동하는 시간에는 “상남동 근처에서 출발 남자(경찰관) 줄(둘) 낲애(앞에) 나 하나 뒤에 탐”이라고 적혀 있어서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당시 여경이 근무를 하지 않아 남자 경찰관이 동행한 것이고, A씨가 임시숙소에 간 뒤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간 경찰관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어서 다른 조치는 더 하지 않은 것”이라며 “임시숙소는 일반 호텔이어서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수 있어 감금 상태도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오후 4시44분쯤 호텔 방에 들어간 7분 뒤인 51분에 추락사한 채 발견됐다. 화장실을 쓴 흔적은 있었지만 침대에 누운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침대 옆 소파에 휴대폰을 남겨둔 채 세로 40㎝, 가로 66㎝ 창문을 통해 4층 전체에 연결된 베란다 형태의 옥상으로 나간 뒤 36m를 이동한 뒤 50㎝ 높이의 화단을 지나 77㎝ 정도 높이의 난간을 넘어 아래로 떨어졌다. 핸드백을 맨 채였다.
경찰은 외부인 침입 흔적이 없어 일단 타살은 아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씨 부부는 번듯한 직장에서 맞벌이를 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고 금술도 좋았다는 것이 A씨 유족들 진술이다. 경찰도 A씨의 투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옥상의 구조가 화단을 지나 일부러 난간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실족사하기도 어려운 구조여서 추락사하기까지의 과정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게 됐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