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원에게 ‘라빠르트망’은 첫 정극 도전이다. 그동안 뮤지컬 ‘컨택트’(2010, 2017)와 ‘팬텀’(2015, 2016) 등에 출연해 춤 위주의 연기를 펼친 적은 있지만, 대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다. “평생 몸의 표현 방식을 고민하며 살았는데 이번엔 언어적 표현에 집중하고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그를 10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 본격적인 연기자로 나선 셈이다.
- 미리 계획한 일은 아니다. 전설의 무용수 최승희의 삶을 그린 춤극을 제작하고 싶어 올해 초 고선웅 연출가를 찾아가 의논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좋다. 하자’는 답을 얻고 돌아왔는데, 5월쯤 고 연출이 ‘라빠르트망’ 출연 제의를 했다. ‘내가 입을 열면 개그가 될 수도 있는데…’라고 걱정했더니, 연출이 ‘할 수 있다’고 장담하더라. ‘연기 경험이 춤추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지인들의 조언도 있어 딱 하루 고민한 뒤 출연을 결정했다.
- 대사 연습은 순조로웠나.
- 내 목소리가 원래 작고 낮아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다. 하지만 함께 출연하는 오지호ㆍ김소진 등 배우들이 워낙 베테랑이어서 그들의 연기를 보고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라빠르트망’은 미스터리와 멜로가 버무려진 작품이다. 김주원은 “각박한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심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며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반전과 유머가 고선웅 연출 특유의 스타일로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그가 연기하는 리자는 영화에선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맡아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 배역이다.
영화 원작 '라빠르트망' 여주인공 리자 역
"내가 입 열면 개그 될지도…" 처음엔 걱정
"신비로운 자태로 리자 느낌 심어줄 터"
- 김주원표 리자는 어떻게 표현되나.
- 리자는 모든 남자들이 첫눈에 반할 정도의 매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다. 사랑에 대해서는 상당히 단순하고 맹목적인 믿음을 갖고 있다. 클로즈업이 가능한 영화에서는 눈빛 연기만으로도 리자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무대에선 이를 전체적인 그림 안에서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태로 표현해야 한다. 걸음걸이와 손짓 등 몸의 움직임을 통해 리자의 느낌을 심으려고 한다.
1998년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입성한 그는 여전히 현역 발레리나다. 매일 오전 네 시간씩을 발레리나로서의 개인 연습에 쓴다. 성신여대 무용예술학과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도 그의 본업이다. 그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면서 “은퇴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내려가야될 순간은 내가 제일 잘 알지 않겠나. 아직은 아니다. 몸이 안 따라갈 때까지 춤을 추고 싶지는 않다. 내가 잘 출 수 있는 춤을 찾아가고 있다”면서다. 다음 달 ‘라빠르트망’ 공연이 끝난 뒤엔 곧바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토크 앤 콘서트’ 공연을 통해 발레리나로서 무대에 설 예정이다.
- 연기자 생활은 계속 할 생각인가.
- 계획도, 미련도, 후회도 없는 게 내 삶의 스타일이다. 그냥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연기를 계속할지는 이번 작품을 끝낸 뒤 생각하겠다. 연극은 발레 공연보다 관객과 더 직접적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추상적인 몸 동작 대신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말을 사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날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