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도 개편 논의는 2004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다. 이전 두 번의 논의에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론을 못 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엔 노사가 추천한 전문가로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노사 추천 전문가 테스크포스 구성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속 대책
업종별 차등 적용, 상여금 포함 등
6개 개선과제 논의해 대안 마련
지역별 차등은 법 개정 필요한데다
노동계 반발 등 시행 가능성 불투명
최저임금위는 사안별로 3명씩의 전문가를 배치해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은 “노사가 협상하던 때와 달리 전문가가 협의하는 만큼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안별로 균형 잡힌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다루는 TF는 노동법학자로 채워졌다. 산입범위 조정에 따른 시장 효과와 같은 입체적인 분석을 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나온다. 통상임금의 범위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법조문만 따져 산입범위를 조정하면 소송과 같은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
최저임금위는 전문가의 연구와 별도로 다음달에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 말쯤 각 사안별로 복수안을 도출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장관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제도 개편안이 완료되는 시점은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예정대로 제도가 바뀌면 2019년부터 적용된다.
최대 쟁점은 경영계가 요구한 산입범위 산정과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이 될 전망이다.
산입범위는 상여금과 숙식비 같은 현물 급여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냐의 문제다. 현행 최저임금은 사실상 기본급에 국한된다. 김영주 고용부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연봉 4000만~5000만원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부분이 있다”며 “왜곡된 임금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최저임금 하락을 초래한다”며 반발한다.
설령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고 해도 효과는 미지수다. 현재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 가운데 상여금을 받는 사람은 25% 정도다. 그나마 연 100% 정도로 연봉의 8% 내외다. 이를 감안하면 상여금을 산입해도 2~4% 정도의 하향조정 효과를 낼 뿐이다. 그나마 편의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겐 산입범위가 넓어져도 부담경감과는 거리가 멀다. 상여금 자체가 없어서다.
그래서 자영업자나 영세 중소기업은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에 목을 맨다. 업종별 차등 적용제는 편의점이나 PC방 같은 비교적 힘들지 않은 업종의 최저임금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제조업 같은 고된 일은 높이는 방식이다. 지역별 차등제는 물가 등을 비교해 생활비가 많이 드는 곳과 적게 드는 곳의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하는 형태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 법에 관련 규정이 있다. 따라서 시행령만 개정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별 차등적용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위가 결론을 도출하더라도 정치권의 상황에 따라 도입여부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노동계의 반발을 감안하면 시행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또 국내 대부분 기업이 지역과 상관없는 균등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으로 수도권과 영·호남, 강원, 충청, 제주도 근로자의 임금에 격차를 두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 시행할 수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과 업종별 차등제가 우선 고려대상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소득분배효과를 높이기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와 같은 세제 연계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수년 동안 한국에 권고한 사안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장원석 기자 wol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