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이날 “입학금 중 상당 부분이 입학금과 무관하게 쓰이고 있다”며 입학금 폐지에 박차를 가할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의 입학금 실태 조사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사립대들은 “수십 년간 입학금이란 명목으로 받았으나 사실상 등록금의 일부였음을 교육부가 모르지 않는데, 마치 사립대들이 입학금을 부당하게 써온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반발했다.
교육부, 10일 사립대 입학금 조사 발표
사립대 156곳 중 80곳만 조사에 응해
입학금 33% 대학 운영, 20% 장학금에 써
사립대 “수십 년 된 관행, 교육부는 몰랐나”
대학 입학금 인하는 문 대통령 공약
교육부 “내달 사립대 입학금 인하 계획 마련”
교육부 조사에 응한 80곳 대학은 입학금 중 3분의 1가량(33.4%)은 입학 외의 일반적인 대학 운영비로 써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입학금 중 20%를 신·편입생 장학금 지원에, 14.3%를 홍보비, 14.2%를 입학 관련 부서 운영비, 8.7%를 신입생 진로적성 검사, 5%를 입학식·오리엔테이션 행사비 등으로 쓴 것으로 집계됐다. 신미경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행사비와 학생 지원 경비 등 입학금을 입학과 직접 관련된 업무에 사용한 비율은 20% 내외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입학금 인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학이 입학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관련 법규(고등교육법)에서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에선 “대학이 수업료와 그 밖의 납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대학들은 입학금을 ‘그 밖의 납부금’ 성격으로 받아왔다. 교육부는 이 조항에 ‘입학금’ 명목의 돈을 학생들에게 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문구를 추가할 계획이다.
정부의 압박이 강해서 사립대들은 공식적으로 '입학금 인하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수십 년째 입학금이 사실상 등록금 성격이었음을 교육부가 익히 알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것에 대해 불만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입학금을 어떤 용도에 써야 한다는 규정도 없는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사립대의 총장은 “사립대들은 입학금을 등록금(수업료)과 마찬가지로 교비회계에 넣어 전반적인 대학 운영에 써왔고 교육부가 이를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 때문에 대학이 입학금을 부당한 용도에 써온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입학금은 사실상 등록금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일부 대학은 입학금을 낮춰 등록금에 포함시키고 또 일부 대학은 계속 입학금 명목으로 받아왔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 교육부가 느닫없이 ‘왜 입학금을 이렇게 많이 받느냐. 빨리 인하하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 요구로 등록금이 8년째 동결된 상황이다. 입학금을 줄이면 학교 시설 운영비, 교직원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결국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입학금 인하의 대안으로 대학에 정부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학교육 수혜자인 학생 가정에서 부담하던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내주겠다는 얘기다. 우선 입학금 인하에 따라 재정 지원을 늘리고, 입학금을 낮추는 대학엔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정부와 대학이 함께 재원을 마련해 학생을 지원하는 제도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