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빠르게 임시공휴일을 지정하고 사흘간(10월 3~5일)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귀성객뿐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을 늘린 ‘추석 특수 작전’이 나름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추석 당일에는 역대 최대 교통량(588만 대)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추석 대비 전국의 교통량이 13.9% 증가했다.
사상 최장 연휴 관광명소 풍경
부산 외국인 20% 줄고 내국인 북적
안동탈춤축제엔 123만 명 몰려
강원 일부 맛집엔 4시간 대기 줄
설악산에는 25만 명 산행 즐겨
개천예술제와 남강유등축제가 동시에 열린 경남 진주에도 동남아와 미국·유럽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진주시에 따르면 지난 5일 하루에만 유등축제를 찾은 관광객이 11만 명이었다. 지난해 하루 최다 관광객(5만8000명)에 비해 배로 늘어난 규모다.
동서고속도로 개통 이후 첫 추석 연휴를 맞은 강원도 속초·양양·강릉 일대의 횟집과 유명 관광지는 연휴 내내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일부 유명 맛집은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8일 강원도 속초시 중앙시장을 찾은 이정은(36·여·춘천시 거주)씨는 “닭강정을 사기 위해 100m를 차를 몰고 가는 데 30분가량 걸렸고 줄이 너무 길어 중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설악산에는 연휴에 25만 명이 다녀갔다. 반면 유커들이 주로 찾았던 제주도의 관광지와 쇼핑센터는 중국 국경절 연휴에도 한산했다.
지난 7일 낮 12시 제주 최대 번화가인 바오젠(寶健)거리는 유커가 몰려다니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내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다. 상인 양모(37)씨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시작된 3월부터 중국인 관련 매출이 거의 없다. 대신 내국인들 덕분에 어렵지만 연명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제주국제공항. 유커가 몰려들었던 국제선은 썰렁했지만 내국인용 국내선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제주를 찾은 내·외국인 관광객 4만2466명 중 중국인은 839명(2%)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내국인이 차지했다.
9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엔타스 면세점’ 인천 본점. 인천시내 유일한 면세점인 이곳은 평소엔 유커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날 면세점 15층은 텅 비다시피했다.
김종수 경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를 겪으면서 더 이상 ‘중국 일변도’ 관광 정책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동남아 국가들이나 국내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부산·속초·제주·인천=김정석·이은지·박진호·최충일·임명수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