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전문가 패널이 남매를 추적했더니 오빠 쑨쓰둥은 2013년부터 북한에 2854만 달러(약 327억원)어치의 전자제품을 보낸 단둥(丹東) 둥위안(東源)산업의 대표였다. 2016년 6월엔 탄도미사일 부품으로 전용할 수 있는 레이더 항법장치 79만 달러어치도 선적해 보냈다. 미국 민간 고등방위연구센터(C4ADS)는 중국 기업 등록부상에서 지난 8월 유엔과 미국 재무부가 제재 리스트에 올린 북한산 석탄의 최대 수입업체, 단둥지청금속과 같은 e메일로 등록한 사실도 찾아냈다. 하지만 단둥 둥위안을 포함해 쑨쓰둥 남매와 관련된 10여 개 중국·홍콩 소재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적이 없었다. 유엔 전문가들은 북한이 쑨쓰둥과 같은 무역업체들을 통해 미사일 부품과 전자장비 등을 수입하면서 제재를 회피하는 게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광물 수출대금 대신 필요한 물품을 받는 방식으로, 마치 중국 기업 내부 거래인 양 위장해 추적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유엔 전문가 패널은 쑨쓰둥 남매의 회사를 비롯한 북한·중국·말레이시아 소재 43개 기업을 미국 재무부가 추가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쑨 남매 관련된 무역업체 10여 곳
400억대 물품, 중국 내부 거래 위장
유엔 “중국 등 소재 43곳 제재를”
유엔 전문가들은 중국 민간 회사들이 소유·운영하는 여러 개의 북한 내 은행들도 찾아냈다. 나진·선봉 경제특구 내 홍콩 우나포르테(香港旺福特有限公司) 소유의 둥다(東大)은행, 다롄 금무역거래소가 설립한 중국상업은행 등이다. 중국이나 북한 어디에서도 설립신고나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 내 은행을 설립한 후 중국 내 은행들과 국제 금융거래를 하면서도 제재 대상에선 빠졌다. 중국 당국은 유엔에 “이들 은행은 북한 내의 기업활동 허가나 은행 설립 및 영업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답변했지만 폐쇄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