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차례의 허리수술을 통해 재활을 거듭해온 우즈는 기존 진통제로 효과가 없다고 보고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해왔다. 여러 약물을 복용한 우즈가 차 안에서 잠이 든 상태로 발견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는 마약성 진통제로 인해 영원히 잠이 든 경우다.
마약성 진통제는 헤로인·아편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마약 유사물질이다. 수술 환자나 암환자의 통증 완화에 쓰이는 유용한 의약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독성이 강하다는 게 큰 단점으로 꼽힌다. 또 기존 진통제의 효과가 없다고 진술하면 의사의 처방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어서 미국 내에서 연령에 관계없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오남용할 경우 호흡기와 뇌기능을 서서히 정지시켜 부지불식간에 사망에 이르게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8월 마약성 진통제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은 정치적 쇼 이상의 심각성을 인지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국가비상 사태를 맞았다”면서 “마약성 진통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센터(CDC) 산하 미 국립보건통계센터(NCHS)가 8월 발표한 마약남용 사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마약이나 마약성 진통제 등 약물중독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5만 2404명이었다. 하루 평균 미국인 140명 이상이 마약이나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사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미국은 3주 마다 9ㆍ11 테러와 같은 수준의 사망자 수를 견디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하루에 140여명 사망하는 셈
마약성 진통제 의존하는 환자수 200만
트럼프 "국가 비상사태 선포" 배경
오하이오주 등 5개 제약사 상대 소송
마약성 진통제 피해가 가장 심한 오하이오주 주정부는 마약성 진통제 확산을 조장한 혐의로 5개 제약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퍼듀파마ㆍ존슨앤존슨ㆍ엔도인터네셔널ㆍ테바ㆍ앨러간 등 5개 회사가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다.
오하이오주에서 시신검시관으로 일하는 켄트 하쉬바거는 “약물 남용으로 지난 5개월간 사망자 수가 2배로 증가했다”면서 “이건 어느 누구한테 다 일어나는 일이 됐다. 사회적 지위든, 나이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애리조나ㆍ플로리다ㆍ메릴랜드ㆍ버지니아 주도 이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는 마약성 진통제 중독을 재난으로 선포했다. 시애틀시와 워싱턴주도 지난달 마약성 진통제를 제조하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발표했다.
제약사들은 문제되는 마약성 진통제 제품의 홍보를 중단한 상태다. 보톡스로 유명한 앨러간은 성명을 통해 “2012년부터 오피오이드 브랜드인 ‘카디안’을 홍보하지 않고 있으며, 2003년부터 지금까지 ‘노르코’ 등의 제품도 홍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약성 진통제의 더욱 큰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급격히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CDC 조사 결과 15∼19세 청소년의 경우 2000년에서 2009년 사이 사망자 수가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오하이오주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으로 자신이 태어난 병원에서 20세의 나이에 숨진 브래들리 스토리가 관심을 끌었다. 브래들리의 어머니는 “마약성 진통제는 제어할 수 없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