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러시아, 동생은 미국…전략무기 현무-2 미사일의 복잡한 계보

중앙일보

입력 2017.10.04 06:00

수정 2017.10.10 09:2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형은 러시아 출생, 동생은 미국 출생-’.
한국군의 전략무기인 현무-2 탄도미사일의 복잡한 계보다. 
 

지난달 28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공개된 현무 탄도미사일. 앞쪽에 있는 게 현무-2C 미사일이다. 캐니스터(발사통) 안에 보관돼 모양을 알 수 없다. 뒷쪽엔 현무-2B 미사일이다. 오론쪽 둥근 캐니스터는 현무-3 순항미사일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국군의 날 행사에서 현무-2C 탄도미사일 모습이 드러났다. 현무-2C가 시험발사가 아닌 공개행사에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무-2C는 한국군의 무기 가운데 가장 사거리가 길다. 800㎞까지 날아갈 수 있다. 북한 전역을 사정권 안에 둘 수 있다. 또 원하는 목표를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군 당국은 한동안 현무-2C에 대한 대부분의 내용을 군사기밀로 지정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23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연내 전력화가 목표라는 사실 등 대략적 내용이 알려졌다.
 
그러나 현무-2C는 물론 2A(최대 사거리 300㎞), 2B(500㎞) 등 ‘현무-2 가문’ 3형제에 대한 출생의 비밀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그런데 최근 그 비밀을 풀 실마리가 나왔다. 미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다.
 

퍼싱-2 RR 모습. 이 미사일은 설계 단계에서 포기됐다. [자료=www.pershing.org]

미국의 퍼싱미사일 연구ㆍ개발자의 모임인 ‘퍼싱미사일’은 냉전이 종식되면서 설계 상태에서 중단된 퍼싱-2 RR(Reduced Rangeㆍ사거리 단축형)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 미사일의 겉모습은 현무-2C와 너무나도 비슷하다. 항공산업 전문지인 에비에이션위크의 한국통신원 김민석씨는 “탄두부ㆍ날개의 모양이 거의 똑같다. 차량형 이동형 미사일 발사대(TEL) 크기로 견줘본 미사일의 크기도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3일 현무-2C의 시험발사 장면. [사진 국방부]

퍼싱은 냉전 당시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탄도미사일이다. 옛 소련이 탄도미사일을 쏘기 전에 미리 타격하기 위해 만들었다.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 퍼싱-1(MGM-31A)은 최대 사거리가 740㎞였다. 퍼싱-2(MGM-31B)는 1770㎞였다. 미국은 1960년대 생산한 퍼싱-1을 교체하기 위해 퍼싱-2 RR을 설계했다. 사거리는 모스크바에 못 미치는 퍼싱-1 정도로 줄여 옛 소련을 자극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은 퍼싱-2 RR은 물론 기존 배치한 퍼싱미사일은 미ㆍ소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에 따라 모두 폐기했다.


 

현무-2C를 확대한 모습. 퍼싱-2 RR과 상당히 비슷하게 생겼다.

왜 두 미사일이 서로 닮았을까. 김민석 통신원은 “적어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퍼싱-2 RR을 모방하거나 미국으로부터 기술적인 조언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군 소식통은 “현무나 퍼싱 모두 즉응 타격수단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우연히 모양이 같아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탄두부에 레이더를 다는 등 세부적 사항에서 두 미사일의 공통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현무-2B 시험발사 장면. [사진 국방부]

2009년 재미동포가 한국에 군사기술과 무기를 밀수출하려다 적발된 적이 있다. 그 무렵 미국의 퍼싱미사일 기술이 함께 들어오지 않았나 하는 견해도 제시된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현무미사일에 대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이스칸다르. [사진 러시아 국방부]

반면 현무-2A와 2B는 러시아의 단거리 미사일 이스칸다르(SS-26)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두 미사일의 최대 속도(마하 4)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적의 요격을 피하기 위해 회피기동하는 성능을 둘 다 모두 보유했다. 그래서 한국과 러시아의 기술협력 끝에 각각 한국의 현무-2AㆍB와 러시아의 이스칸다르가 탄생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이 역시 군 당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