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상어 가족 5마리를 소개하고 끝난다. 중간에 상어를 피해 도망가는 내용이 잠깐 나오긴 하지만 도망치는 게 누군지 주어가 불분명하고 특별한 스토리라 보긴 힘들다.
왜 이렇게 인기일까. 5세 이하 아이들이 열광하는 건 물론, 어른도 좋아한다. 대통령 선거 때는 상어 대신 후보들이 주인공인 패러디 영상이 나왔다. 크리스마스·핼러윈 같은 시즌마다 재해석된 버전도 인기를 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베이비 샤크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각종 패러디 영상을 자발적으로 올려 지난달 전체 클릭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상어가족’보다 귀여운 영상, 드라마틱한 이야기, 기발한 멜로디, 재치 있는 리듬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왜 ‘상어가족’은 ‘뽀로로’를 위협하고 ‘강남스타일’을 넘보며 ‘마카레나’에 버금가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을까?
뚜렷한 주제를 잡고 의미를 부여해 완성작을 대중 앞에 내놓던 시대는 끝나 간다. 관객은 연극의 결말에도 관여하고, 음악회의 프로그램 선정에도 참여하고 싶어한다. 피아니스트 두 명이 무대 위에서 같은 곡을 치면 청중이 한 명을 고르는 공연도 나왔다. 이제는 사람들이 잘 놀도록 판만 만드는 게 감각이다. 대중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상어가족’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김호정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