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28일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건네받은 자료를 보면 당시 국정원이 ‘온건 좌파’에겐 보수 포섭을 목적으로 한 회유책을, ‘강성 좌파’에겐 노선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직·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등 채찍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건좌파엔 회유, 강성좌파엔 압력
공익광고는 가능, 건전연예인과 출연
지인 통해 경고 “큰일날 수 있다”
김제동엔 전담 국정원 ‘마크맨’
이에 따라 배우 김가연ㆍ김규리ㆍ유준상ㆍ이준기, 가수 김장훈ㆍ양희은ㆍ이수ㆍ이하늘, 방송인 김구라ㆍ김제동ㆍ박미선ㆍ배칠수ㆍ황현희 등 13명이 비교적 좌파 성향이 덜한 ‘온건 좌파’로 분류됐다. 배우 문성근ㆍ권해효ㆍ명계남, 가수 신해철ㆍ윤도현, 방송인 김미화 등 69명은 ‘강성 좌파’로 구분됐다.
‘온건 좌파’에 적힌 피해자들은 “내가 정권 눈 밖에 났고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이 들어와 의아해하기도 했다”, “마치 국정원 말을 잘 들으면 먹고 살 걸 만들어준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았다”는 입장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정원은 ‘강성 좌파’ 연예인들에겐 ‘채찍’을 들었다. 이들의 지인들을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하거나 일감이 끊기도록 압력을 가했다. 배우 A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내 능력이 부족하거나 내가 뭔가 잘못을 해서 그런(출연 섭외가 끊긴)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트위터를 통해 정부 비판 글을 주기적으로 올렸던 B씨는 검찰에 “지인이 찾아와 글을 내려야 한다”며 “‘그러다 큰일난다. 당신이 하는 일이 잘못 될 수 있고 당신도 큰일 날 수 있다’는 말을 수차례 전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표면적으로는 걱정해주는 것 같았지만 경고의 의미라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덜컥 겁이 나 글을 내린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검찰 등에 따르면 B씨가 지목한 ‘지인’은 국정원이 출연 등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화이트리스트 연예인’으로 조사됐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