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총회가 주목받은 건 총 사업비 규모가 1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재건축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시공권을 따내려는 두 회사의 경쟁은 필사적이었다. GS건설은 미분양이 나더라도 회사가 전량 분양가에 인수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조합원 손실분까지 떠안겠다고 공약했다. 특급호텔 식사 접대에 수십만원대 굴비 선물세트까지 등장했다.
현대건설도 못지않았다. GS건설의 조건에 더해 이사비로 조합원당 7000만원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국토교통부가 시정 조치를 내리자 “이사비 7000만원을 어떤 식으로든 주겠다”고 약속했다. 두 회사가 사업을 따내기 위한 영업비용으로 각각 400억~500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규제마저 무력화했다. 두 회사가 내건 약속대로라면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에서 고분양가를 잡기 위해 내놓은 분양가상한제는 있으나 마나다. 이번 출혈경쟁이 이곳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부작용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시공사 선정을 추진 중인 다른 재건축조합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 놨다.
업계 ‘맏형’인 두 건설사가 눈앞의 이익만 보지 말고 전체 시장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수주 과당경쟁을 자제했다면 어땠을까. 정부가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금품·향응 제공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과열 수주전을 막았다면 어땠을까. 이날 승자는 현대건설과 조합원, 패자는 GS건설이었다. 하지만 ‘쩐의 전쟁’을 지켜보던 애먼 서민 역시 패자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