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는 안전성 문제가 먼저 제기됐던 ‘릴리안’을 비롯해 국내에서 제조·수입한 생리대 제품의 VOCS 함유량을 지난달부터 확인해 왔다. 팬티라이너, 아동용 기저귀와 해외에서 ‘직구’하는 생리대 제품 평가도 함께 실시했다. 이번에 조사한 VOCS 성분은 특히 유해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된 벤젠·톨루엔 등 10종이다. 생리대 속 VOCS는 주로 접착제·부직포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리대·팬티라이너·기저귀 676개
휘발성 유기화합물 10종 성분 검사
인체 대상 역학조사 없어 한계
정부, 생리불순 등 원인 조사키로
다만 이번 평가는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를 통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식약처는 생리불순, 생리 양 감소 등 소비자들이 호소해 왔던 부작용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환경부·질병관리본부와 공동으로 역학조사와 부작용 사례 조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독성 전문가인 정상희 호서대 교수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생리대 사용 습관뿐 아니라 생활 주기, 병력 등을 면밀하게 따져 인과 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74종의 VOCS 성분 조사는 이르면 12월 말 마무리될 계획이다.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에 대한 검사는 내년 5월까지 진행된다. 아동용 기저귀도 나머지 370개 제품에 대한 검사가 오는 12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탐폰’은 내년 5월 인체 유해성 평가가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여성단체는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생리대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여성환경연대의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생리대 성분을 전수조사하지 않고 VOCS 10종만 조사한 상태에서 ‘위해 우려가 없다’고 밝힌 것은 성급한 발표”라고 비판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여성·환경단체들과 ‘생리대 안전과 여성 건강을 위한 행동 네트워크’ 출범식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10월로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국회가 생리대 안전과 여성 건강을 위한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종훈·홍상지·백수진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