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중의원 해산과 더불어 사실상의 선거전에 돌입했다. 선거는 내달 22일 치러진다. 선거판은 전날 고이케 지사가 희망의당을 창당하면서 요동치고 있다. 제1야당 민진당(90석)이 사실상 희망의당에 흡수·통합되는 수순에 들어가면서 자민당과 희망의당의 양자 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좁혀 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와 고이케 지사의 대결이다. 지난 7월 고이케 정당이 압승하고 자민당이 역사적 대패를 한 도쿄도 의회선거에 이은 2라운드다. 고이케는 선거 고시 전 지사를 사퇴하고 중의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 여당이 의석의 3분의 2를 넘길 것이란 당초의 전망은 ‘고이케 쇼크’로 불투명해졌다.
일본 중의원 해산, 내달 22일 총선
제1야당 민진당, 희망의당에 합류
자민당 우위 유지될지 불투명
고이케·마에하라 다 보수 개헌파
“일본 우경화 더 돋보이는 무대”
이번 선거에서 아베와 고이케, 그리고 선거판을 흔드는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마에하라는 모두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보수파 리더이자 개헌 찬성론자들이다. 그래서 이들이 주도하는 이번 선거전을 두고 ‘일본 정치의 보수화, 우경화 경향을 더 돋보이게 하는 무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이케는 보수 중심의 야당 재편을 꾀하고 있다. 자민당과 대결하지만 공산당(21석)이나 옛 사회당 계열과는 손을 잡지 않는 비(非)자민-비공산 노선이다. 개헌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한 안보법을 반대하는 민진당 의원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고이케는 개헌에 적극적인 일본유신회(15석)와도 선거 협력에 나선다.
민진당 최대 지원 세력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連合·렌고)의 고즈 리키오(神津里季生) 회장이 희망의당을 지지하는 것도 고이케에겐 천군만마다. 고이케·마에하라·고즈는 26일 함께 만나 민진당의 희망의당 합류를 확인했다. 고이케 효과는 여론조사로 입증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의 28일자 비례대표 투표 성향 조사에서 희망의당은 13%를 기록했다. 현재로선 자민당(32%)의 절반 수준이지만 창당하자마자 2위로 올라섰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선 자민당 29%, 희망의당 18%였다.
자민·공명당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습 해산을 했다가 오히려 고이케의 세몰이에 허를 찔린 모양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직후 “선거를 위해 간판을 바꾸는 정당에 일본의 안전, 어린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신당을 견제했다. 아베와 고이케의 정치 생명을 건 한판 승부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hwas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