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경위 한 분 나와보세요. 저분이 환자라고 상상하고 손발을 어떻게 푸는지 한 번 해보세요” (윤준 부장판사)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윤준) 심리로 28일 열린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의료법 위반 방조 등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난데없는 ‘기치료’ 시연이 진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치료 아줌마’로 불린 오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오씨에게 평소 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해보라고 요구했다.
법정 경위 상대로 간이침대서 치료 시연
"박 전 대통령, 의원 시절부터 기 치료"
시연을 마친 오씨는 자신이 치료에 사용하는 ‘단전 돌’을 소개하기도 했다. 동그란 황토색 모양의 돌이었다. 오씨는 “단전 돌을 데운 뒤 환자 위에 올려놓거나 부항을 뜨는데, 박 전 대통령에게 써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행정관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까지 수십회에 걸쳐 오씨 등 무면허 의료인들을 청와대에 들여보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오씨 등의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재판의 쟁점 중 하나다.
오씨는 이날 “2007~2008년쯤 최순실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기 치료를 받았고, 조카인 장시호씨도 치료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삼성동 자택에서 치료를 했고, 대통령 당선 뒤에도 많게는 일주일에 1~2회 청와대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이 눈이 침침하고 이물질이 아른거리는데 병원에서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해서 머리의 탁한 기운을 빼준다고 한 적 있냐”고 묻자 재판부는 다시 한 번 경위를 불러서 시연을 주문했다. 오씨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이렇게 손 대고 앞으로도 하고 뒤로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