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물질은 액체 연료인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이다. UDMH는 2012년과 201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금수 품목에 포함됐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이를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10월에는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내부 메모에서 북한이 UDMH로 추진하는 미사일 엔진을 구매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이 연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는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연구소에 따르면 2013~2016년 작성된 북한의 논문들은 언뜻 보기에는 독성이 있는 폐수를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 원론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지식을 교묘하게 담고 있다. 루이스 연구원은 “논문 내용을 보면 추측이나 초기 단계가 아닌 것 같다”면서 UDMH 연구가 상당 기간 진행된 것으로 추측했다. 연구팀은 논문 저자의 이름을 북한의 화학 관련 연구 목록과 일일이 대조해 저자 중 한 명인 차석봉이 함흥에 있는 한 화학섬유 공장에서 일반적인 사항에 관한 논문을 쓴 것을 확인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북한이 ‘주체 섬유’라고 부르는 싸구려 비닐론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고도의 교육을 받은 핵연료 전문가가 근무한다는 것은 이상하다”며 이 공장에서 UDMH가 비밀리에 생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어떻게 비밀리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연료를 개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루이스 연구원은 외부 분석가들이 북한을 너무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성사진이나 기술 관련 출판물을 통해 보는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 북한에서 탈출한 고청송씨는 2001년 쓴 책에서 함흥이 군사용 화학물질 비밀 개발의 중심지라고 밝힌 바 있다.
UDMH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서 한번 주입하면 1주일 가량 발사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미사일 1발에 30분이면 연료를 모두 주입할 수 있어 기동성을 갖추기 용이하다. 하지만 1g만으로도 1㎦의 공기를 오염시킬 수 있으며 그 영향은 20~30년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