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만든 '가을 아침' 1위 신기" 양희은과 달라서 매력

중앙일보

입력 2017.09.27 15:51

수정 2017.09.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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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정동에서 만난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어렸을 땐 홀로 기타를 치는 것이 무척 외로웠는데 시간이 갈수록 기타가 주는 아름다움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PRM]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 ‘토닥토닥 빨래하는 어머니의 분주함’이 들리는 노래. 지난 18일 공개 이후 열흘째 음원사이트 1위를 지키고 있는 아이유의 ‘가을 아침’이다. 1991년 발표한 양희은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이 곡의 원 작사·작곡자가 바로 기타리스트 이병우(52)다.
 

다음 달 20~21일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열리는 기타 솔로 콘서트 ‘우주기타’를 앞두고 서울 정동에서 만난 이병우는 “유학 가기 전 23살 때 만든 노래인데 지금 1위를 한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며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그때는 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마흔이 된 양희은씨에게 보다 낮고 원숙하게 부르길 권했는데 아이유는 정반대로 20대 감성이 녹아 있어 서로 다른 노래처럼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 감독 이병우
다음달 10~11일 솔로 콘서트 '우주기타'
양희은ㆍ조동진ㆍ아이유 세대불문 소통
"중구난방이 특징 기타 매력 더 보여주고파"

양희은에서 아이유까지를 작업 파트너로 아우르는 이병우는 1986년 조동익과 함께 ‘어떤날’로 데뷔해 국내 기타 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독주 앨범을 내는 등 대중과 예술 사이를 오가는 선구자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한 엘리트이자 영화음악 감독, 성신여대 교수,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감독 등 지니고 있는 직함만 해도 여러 개다.

이병우는 인터뷰를 하는 중간 중간에도 설명이 필요할 때면 기타를 집어들고 연주를 시작했다. [사진 PRM]

지난달 방광암으로 세상을 떠난 ‘포크록의 대부’ 조동진과도 각별한 사이였던 그는 조동진이 준비하던 연주앨범에 대해 내지 말라고 반대한 사실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행복한 사람’ ‘겨울비’ 등 원곡이 정말 좋잖아요. 목소리와 가사가 없으니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그러면 안 됐는데. 너무 건방졌죠. 스무살 때부터 그 집에 놀러 가서 거의 살다시피 하고, 연습 끝나면 낚시도 데려가 주던 저희 큰형님인데. 아쉬울 뿐이에요.”
 
다양한 활동을 펴던 그가 다시 기타에 전념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기타를 한창 칠 때는 운동선수처럼 근육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었는데 걸핏 하면 밤새가며 영화음악만 하다 보니 가끔 하는 공연조차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기타로 보여주고 싶은 세상이 아직도 너무 많다는 그는 많을 땐 1년에 5편씩 하던 영화음악을 2014년 ‘국제시장’을 끝으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관객들이 100분 동안 연주곡만 듣다 보면 아무래도 지겨워 하거든요. 아무리 클래식ㆍ어쿠스틱ㆍ일렉트릭 기타로 바꿔가며 연주해도 ‘스캔들’ OST가 나오면 박수 소리가 더 커져요. 아는 음악이니까요. 그래서 종합선물세트처럼 꾸며봤습니다.” 지난해 13년 만에 발매한 6집 기타 솔로 앨범도 ‘첫 번째 비행’으로 시작해 ‘애국가’로 끝날 정도로 다양한 트랙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는 “제가 원래 좀 중구난방”이라며 웃었다.  
이병우는 기타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곡을 완성하고 테크닉을 익히기 위해 연습하다보니 인내심과 함께 이상한 집착이 생기더라고요. 한때는 기타 줄마다 다 다른 회사 제품을 사용할 정도였는데 이제는 제가 다르게 연주하면 된다는 걸 알기에 그냥 남아서 굴러다니는 걸 씁니다. 결국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제가 언제 1위에 이름을 올려보겠어요. 지금이 가장 행복할 따름입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