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데뷔한 7인조 아이돌 방탄의 위상은 지난 5월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으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빌보드 차트에는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로 171위에 진입한 이래 ‘화양연화 영 포에버’ 107위, ‘유 네버 워크 얼론’ 61위 등 계단식으로 상승했다. 선배 K팝 아이돌들과는 궤적이 좀 달랐다. 2009년 ‘노바디’로 76위를 기록한 원더걸스와 지난해 ‘리프티드’로 94위에 진입한 2NE1의 씨엘은 영어로 노래를 발표했다. ‘DNA’는 대부분의 가사가 한국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한국어 노래였지만 포인트 안무인 ‘말춤’이 인기를 끌면서 커버 동영상 등의 수혜를 입은 유튜브 스타라면, 방탄은 탄탄하게 조직화된 글로벌 팬덤을 바탕으로 하는 SNS 스타다.
방탄의 ‘DNA’는 발매 첫 주 미국 내 스트리밍 530만회, 다운로드 판매량 1만4000회 등 음악 관련 지표에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반면 미국 내 라디오 방영 횟수는 다소 부족했다. 이 소식이 해외 팬들이 모여 빌보드를 전문적으로 공략하는 트위터 계정(@BTS_Billboard)을 통해 전해지면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해당 곡을 신청하는 등 이를 보완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빠르게 이뤄지는 식이다. 방탄 역시 ‘핫100’ 진입 소식에 트위터에 “우리가 해냈다” “팀워크가 꿈같은 일을 만들었다”고 글을 올리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신곡 ‘DNA’로 메인 싱글차트 85위
탄탄하게 조직된 글로벌 팬덤 위력
멤버 7명 모두 작사·작곡 실력자
‘강남스타일’ 7주 연속 2위 … 이번엔?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에 이어 ‘러브 유어셀프’라는 새로운 시리즈의 화두에 대해 랩몬스터는 “지난 앨범에 수록된 솔로곡 ‘리플렉션’을 만들 때부터 이어지는 고민”이라고 말했다. 빅히트 측은 “새로운 콘셉트를 정할 때는 시대정신과 트렌드도 고려하지만 멤버들의 상황과 심경을 가장 많이 반영한다”며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것이 글로벌 수퍼스타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였다”고 설명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간간이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면서 멤버들 자체의 셀프 프로듀싱 능력이 커진 것도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소다. 기획사가 만드는 공식 콘텐트가 주로 올라오는 다른 아이돌 그룹 채널과는 달리 ‘방탄 TV’에는 멤버들의 일상을 담은 ‘방탄 밤’이나 영상 일기 ‘방탄 로그’ 등 멤버들이 직접 만드는 프로그램이 많다. 개인 SNS를 운영하는 대신 채널을 한데 모은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매일 의상 착용샷을 남기는 ‘김데일리’(랩몬스터)나 잠들기 전 인사를 전하는 ‘홉나잇’(제이홉) 등 멤버별 코너까지 생겨났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음악의 스토리텔링 중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가장 소구력이 높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은 한국 팬들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력적인 주제”라며 “‘승’을 시작으로 기승전결이 모두 공개되면 일종의 스노볼 효과가 생겨 더 큰 팬덤이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국내 차트에서는 아이유의 ‘가을아침’이 1위인 것처럼 전 연령을 아우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