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준의 절세의 기술
P씨는 얼마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재산을 정리하던 중 몇 가지 후회되는 일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상가를 매도해 그 대금을 누나들에게 나누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오히려 여러 가지 세금 부담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임종 직전에 어머니의 부동산 매도가 왜 문제가 되었을까?
5억 상가 양도·증여·상속세 합쳐져
딸 4명 각자 손에 쥔 건 6000만원뿐
임종 뒤 팔았다면 9200만원 돌아가
그러나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불과 4개월 만에 어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국세청은 어머니 임종 직전 상가가 양도된 사실을 알고 어머니와 딸들의 계좌 흐름을 꼼꼼히 조사해 양도 대금이 어머니 계좌가 아닌 딸들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을 적발해 냈다. 그 결과 딸들은 증여세뿐 아니라 무신고 가산세(20%)와 납부불성실가산세(연간 약 10%)까지 더해져 증여세 세금폭탄을 맞았다.
이처럼 부모님의 임종을 앞두고 처분한 부동산이 있다면 국세청은 상속세 조사과정에서 그 양도대금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한다. 증여받은 사실이 밝혀지면 증여세와 가산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세금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딸들이 증여받은 4억원이 상속재산에 가산되면서 상속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어머니의 상속세율이 40%인 점을 고려하면 딸들의 증여세 및 상속세 부담액은 각자 약 4000만원씩 총 1억6000만원에 달한다. 결국 세금을 빼고 나면 딸들이 각자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약 6000만원 정도가 된다.
만일 어머니 임종 전에 상가를 미리 양도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렸다가 딸들이 상속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속세는 상가의 기준시가인 2억원으로 계산되므로 각자 약 2000만원씩 총 8000만원의 상속세를 납부했을 것이다. 상속세 신고 이후 딸들이 이를 5억원에 양도했다면 그 양도차익인 3억원에 대해 각자 약 1300만원씩 총 5200만원의 양도세를 내게 된다. 이 경우 모든 세금을 빼고 최종적으로 딸들이 각자 손에 쥐게 되는 돈은 약 9200만원으로, 앞선 경우에 비해 각자 약 3000만원 정도의 현금을 더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P씨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이 바로 이것이다. 임종 직전에 미리 양도해 나누어 주는 바람에 양도세와 증여세, 그리고 상속세까지 부담하느라 딸들은 각자 6000만원이 채 안되는 돈만 남은 셈이다. 차라리 상가를 양도(양도가액 5억원)하지 않고 그대로 딸들에게 상속해 주는 방법을 썼다면 낮은 기준시가(2억원)로 상속세가 계산되고, 그 이후 이를 양도(양도가액 5억원)할 때 양도차익이 딸들 4명으로 각자 분산되면서 양도세 부담도 훨씬 줄어들게 되었을 것이다. 그 결과 딸들은 총 9200만원, 각자 3000만원 정도의 현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임종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을 처분해 자녀들에게 현금으로 나누어 주려 한다면 신중히 재검토하길 권한다. 특히 부동산의 기준시가에 비해 시가가 훨씬 크다면 임종 직전에 이를 양도하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상속재산을 더 크게 만들어 상속세 부담까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님의 임종 전에 부동산을 양도할 경우 향후 세무조사 과정에서 그 양도대금의 흐름을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무심결에 양도대금을 자녀 계좌로 입금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만일 자녀 계좌로 입금한다면 증여세 신고를 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P씨의 어머니처럼 향후 자녀들의 재산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임종 전 급히 부동산을 양도해 미리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세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만일 재산 분쟁이 염려된다면 미리 유언 공증을 해 두는 것이 좋다. 혹시 모를 재산 분쟁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을 급히 양도함에 따른 불필요한 세금도 아낄 수 있으니 말이다.
최용준 세무사 tax119@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