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추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댓글 부대’ 사건에서 원 전 원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2012년 선거를 전후한 시점에서 벌어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공직선거법 위반이었다. 그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26일 오후 2시 피의자 신분 소환 조사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국고손실 혐의
VIP 지시-보고 여부 등도 캐물어
민 전 단장에 대한 기소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추가 수사가 필요해 구속 기간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민병주→이종명→원세훈’ 지휘 체계의 고리로 지목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해선 추석 이후 한 두 차례 더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선거 전후 공작활동은 기존 수사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검찰은 이미 민간인 팀장들과 관제 데모에 동원된 의혹을 받는 추선희(58)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등 어느 정도 수사를 진척해놓은 상황이다. MB 블랙리스트 의혹의 경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이 제출됐다. 고소장엔 배우 문성근·김규리, 방송인 김미화, 영화 감독 민병훈씨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25일 국정원 개혁위원회(개혁위)의 조사 발표로 드러난 정치인·교수 제압활동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학계(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와 여권(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인사들도 국정원의 표적이 됐다. 수사팀 관계자는 “기존의 ‘정부여당 옹호, 야당 비판’ 프레임에서 벗어난 학계, 여권 인사에 대한 공작에 대해선 직권남용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위는 원 전 원장을 업무상 횡령ㆍ배임 혐의로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댓글부대, 보수단체를 동원한 온·오프라인 활동 과정에서 자금이 지원됐을 거란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업무상 횡령보다는 특가법상 국고손실의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 지원 과정에서 나온 영수증 뿐 아니라 결재 과정에서 작성된 국정원 내부 증빙 서류 등에 대해서도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고손실의 경우 액수가 5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공소시효는 10년으로 국정원법 위반(7년)에 비해 길다.
검찰은 국정원의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비난 활동, MBCㆍKBS 방송 장악 의혹에 대해서도 원 전 원장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전 원장은 앞으로 수차례 더 소환해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며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로 지목된 문화ㆍ예술계 인사는 가급적 추석 이후에 참고인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