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2시 대법원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사회적 갈등이 격화되면서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을 앞세운 흑백 논리의 폐해가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급기야 법관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관이 사법부 내·외부로부터 독립하도록 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사법부 본연의 업무인 재판의 질 향상을 강조했다. 그는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게 ‘좋은 재판’”이라며 “이를 실현하는 데 모든 역량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관 증원 등 인적‧물적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26일 오후 대법원에서 취임식 열려
법관 독립 위한 제도개선 노력 강조
전관예우 근절·상고제도 개선 등 추진
수평적 의사결정구조·대법관 다양화도약속
또 상고사건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상고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이 밝힌 제도 개선안은 상고허가제,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이다. 상고법원 설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했다가 입법 단계에서 좌절됐던 사법부 핵심 현안이다. 대법관 증원은 국회 개헌특위가 사법개혁의 하나로 검토 중이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은 최종심이자 법률심으로서 사회의 규범적 가치 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먼저 대법원 판결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투영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법행정 의사 결정과 집행 과정을 “수평적이고 합리적으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의 사법부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관료적 리더십이 아니라 경청과 소통, 합의에 기반을 둔 민주적 리더십으로 전환을 마주하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는 한 사람의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에 의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 들러 현충탑에 참배하고 ‘반드시 정의로운 사법부가 되겠습니다’고 방명록에 적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