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괌에서 출격한 B-1B 전폭기 2대가 F-15C 전투기와 함께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동쪽 공해 상을 비행한 데 따른 경고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국제정치 분석가들을 인용해 “북미 간 갈등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우발적이지 않은 우발적인 교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NYT는 1969년 닉슨 행정부 시절 북한이 미군 EC-121 조기경보기를 격추한 사건 등 과거 사례를 들었다. 주일미군 기지에서 출격한 미 해군 소속 EC-121이 평상시처럼 동해 상에서 북한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군 미그-21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격추된 사건이다. 당시 EC-121에 타고 있던 미군 31명은 전원 사망했다.
사건 당일까지 미그-21의 출격을 감추기 위해 주기적으로 미그-15가 비행훈련에 나섰고, 미군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그-21 2대는 미그-15 비행훈련에 편승해 출격한 뒤 EC-121의 레이더 탐지를 피하기 위해 해수면 가까이 저공비행을 감행했다. 사고 위험이 높은 고난도 기술인 만큼 오랜 연습의 결과였다. 1만m 상공에서 정찰 중이던 EC-121 아래까지 도착한 미그-21 2대는 수직 상승해 7000m 상공에 올라갈 때까지 대공 레이더도 켜지 않았다. 3000m 앞에서 발사한 미사일 중 첫 발은 실패했지만, 두 번째 미사일이 명중하면서 EC-121은 동해상으로 추락했다.
반면 북한의 요격 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바실리 카신 러시아 고등경제학원 선임연구원은 미 군사매체 더내셔널인터레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고고도용 방공미사일 S-75를 자체 성능개량해 실전 배치하고 있다"면서 "사거리 150㎞로 추정되는 KN-06도 2010년 초부터 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서구 분석가들의 평가절하와 달리 위협적인 무기들"이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24일(현지시간) 러시아 N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라크의 경우) WMD가 없다는 사실을 100% 확신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공격했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대북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각에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무위원장 명의로 첫 성명을 내는 등 최근 북한이 대미 강경론을 펴는 것은 일종의 ‘안전장치’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김정은 정권은 김정일 시대의 핵 보유를 넘어 핵 병기화 단계로 전략적 지위가 달라졌다는 자긍심이 강하다”면서 “최근 나오는 강성 발언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 일종의 ‘예고의 예고’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예고됐기 때문에 실제 행동에 옮기더라도 위험을 스스로 회피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려는 조치라는 해석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NYT "우발적이지 않은 우발적 교전 가능성"
1969년 EC-121 조기경보기 격추 사례 주목
수십 년간 미 정보당국, 당시 상황 정확히 몰라
미그-21 해체해 이동, 수개월 간 치밀한 준비
레이더 안 걸리게 해수면에서 저공비행 감행
최후 가미카제식 자살 공격까지 구상
"北 강성발언은 실제 상황 대비한 안전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