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Yes or No ④ 패니 팩
퇴물의 반란
2017년 가을 가방 트렌드를 꼽자면 단연 패니 팩이다. 당장 9월에 열린 뉴욕·런던 패션위크의 스트리트 패션만 봐도 가방의 대세가 패니 팩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대체 패니 팩이 뭔가 싶지만 사실 새로운 건 아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힙색(hip sack)’이다. 벨트백·웨이스트백이라고도 하고 영국에서는 범백(Bum Bag)이라고도 하는 복대 가방 말이다. 패니(Fanny)나 범(Bum) 모두 엉덩이를 뜻하는 속어라서 허리에 벨트를 둘러 엉덩이에 걸치는 가방을 통칭한다고 보면 된다.
왕년에 유행하던 힙색의 부활
스포츠·명품 브랜드 잇따라 출시
남성·50대가 호감도 가장 높아
무채색에 납작하고 작은 게 무난
패션 피플들의 반응 역시 뜨거웠다. 모델 벨라 하디드, 가수 리애나, 래퍼 에이셉 로키 등 세계적 패션 아이콘들은 촌스러움과 쿨함의 줄타기를 하며 패니 팩을 허리에 찼다. 특히 켄들 제너가 가장 적극적이었다. 운동복에서부터 바지 정장까지 다양한 스타일링을 보여줬고, 실제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빈티지 패니 팩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소녀시대 수영, 래퍼 비와이와 지코 등이 공항 패션과 공연 의상으로 패니 팩을 선보였다.
벨라 하디드, 리애나 … 패션 아이콘들 애용
세대별로 흥미로운 결과도 나타났다. 동일 세대 응답자 비율로 볼 때 호감도는 20대에서 가장 낮았고(33.8%) 세대가 올라갈수록 늘어나 50대에서 가장 높았다(56. 9%). 호감의 이유 역시 세대 간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과거’를 모르는 20대에서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스타일이 새롭다”는 의견이 주류인 데 비해 30대와 40대는 “옛 추억이 살아나서” “과거 생각이 나서” “젊고 예뻐 보여서” 등 향수에 기반한 이유를 댔다. 50대는 “소지품을 보관하기 쉬워서”라거나 “양손이 자유로워서” 등 다른 세대에 비해 기능에 초점을 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비호감에 대한 이유는 세대를 막론하고 ‘촌스러워 보인다’는 이유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마지막으로 직접 패니 팩을 써 볼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66%(364명)가 아니라고 답했다. 20~50대 모두 ‘나이가 들어 어울릴 것 같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만큼 소화하기 어려운 패션 아이템인 셈이다.
콘셉트 있는 액세서리로 활용해볼 만
그렇다면 패니 팩을 ‘패션 피플만의 전유물’로 봐야 할까. 김윤미 스타일리스트는 “패니 팩 자체에 대한 관점을 바꾸면 된다”고 조언한다. 주말 나들이나 특별한 이벤트에서 캐주얼한 멋을 내고 싶을 때 ‘콘셉트 있는 액세서리’로 활용하라는 얘기다. 이때 허리에 매는 것 외에도 어깨 한쪽에 숄더백처럼 걸치거나 크로스백처럼 활용하면 새로운 스타일링이 된다.
촌스럽다는 느낌을 피하려면 처음 고를 때부터 주의해야 한다. 되도록 디자인이 단순한 것이 최선이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볼륨이 크고 컬러가 튀며 지퍼 장식이 많은 제품은 피하라”며 “무채색에 납작하거나 작은 크기를 고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