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 활동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공론화를 둘러싼 혼란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출발 직후 정체성 논란을 겪은 데 이어 최근엔 건설중단·재개 단체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한수원 토론 참여 놓고 날선 공방
시민참여단 478명 정해졌지만
토론 참여 대상자 선정 불협화음
건설중단측 “정부기관 참여 불공정”
재개단체 “일방적 정보 전달 우려”
최근엔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 숙의 과정에 참여할 전문가 선정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건설중단 측은 최근까지 시민참여단에 제공할 자료집 내용 제출을 미뤘다. 목차와 내용 구성이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공론화 불참까지 시사했다. 이에 공론화위와 건설중단·재개 측은 지난 21일 모여 자료집 내용과 목차 구성에 다시 합의했다.
자료집 작성에 합의하자 이번엔 건설재개 측이 24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론화 과정에서 한수원 및 정부 기관 연구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건설재개 측은 공론화위가 지난 20일 산업부에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출연기관의 ‘건설 재개 측 활동’ 중단을 협조해달라”는 건설 중단 측 요구사항이 담긴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이에 산업부는 22일 밤 한수원 등에 “공론화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활동이 재발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 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건설재개 측은 산업부의 요청이 사실상 “한수원과 정부 기관 전문가는 공론화 과정에서 빠지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주현 동국대 에너지환경대학장은 “원전은 국가주도 산업이라 정부 기관 전문가가 빠지면 시민참여단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재개 측은 전문가 선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론화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5일 열리기로 했던 울산지역 토론회는 연기됐고, 이후 일정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반면 건설중단 측은 공기업이자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한수원이 공론화에 참여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은 25일 “양측 합의가 어려우면 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탈(脫)원전 홍보 정책도 논란을 키웠다. 산업부가 지난 6일 개설한 ‘에너지전환정보센터’ 홈페이지엔 탈원전·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관련 정보가 담겨 있다. 이에 공론화위는 “홈페이지 운영을 공론화 기간 동안 중단해 달라”는 건설 재개측 요청사항을 최근 산업부에 공문으로 전달했다. 결국 산업부는 25일 홈페이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합숙토론 후 공론화위가 정부에 제출할 권고안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권고안에 찬반을 적을지, 적는다면 오차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
만일 권고안에 찬반 비중의 변화 추이만 담기면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느냐가 논란이 될 수 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권고안을 해석해 최종 결정을 할 수 있어서다.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사 중단에 대한) 찬반 비율차가 크지 않게 나오면 양측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