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프렌즈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해외 파견 봉사단) 봉사단원 김정임(41·여)씨에게 르완다는 그랬다. 지난해 4월부터 수도 키갈리의 르완다 교육청에서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음악 교수법을 가르치고 있는 김씨는 2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에게는 ‘아리랑’도 있고 ‘섬집 아기’도 있지만, 르완다에선 악보가 있는 고유의 음악이나 노래를 찾을 수가 없었다. 교사가 기억하지 못하면 학생들에게도 노래를 전해줄 수 없기에, 우선 교사들에게 악보를 보는 법과 음악의 기초 이론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르완다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KOICA 봉사단원 김정임씨. [KOICA 제공]
그렇다고 르완다 사람들이 음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김씨는 “대부분 사람들이 하루 종일 라디오로 음악을 듣는다. 스스로 노래를 만들어 휴대전화로 녹음해 음원을 만드는 일이 흔할 정도로 르완다 사람들은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르완다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KOICA 봉사단원 김정임(왼쪽에서 셋째)씨. [KOICA 제공]
르완다서 음악 가르치는 KOICA 봉사단원 김정임씨
"음악을 통한 긍정적 마음이 상처와 아픔 치유하는 통로"
르완다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KOICA 봉사단원 김정임씨. [KOICA 제공]
김씨는 교사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면서도 희망을 봤다고 했다. 김씨는 “학교마다 지원을 받아서 피아노를 구비하고는 있는데, 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포장 박스를 뜯지도 않고 구석에 방치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그런데 연수를 통해 피아노를 좀 배우더니 학교로 돌아가 드디어 포장을 뜯고 피아노를 치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준 교사들이 있었다. 너무 인상 깊었다”고 돌아봤다.
김씨의 본업은 교사 연수이지만, 레메라 가톨릭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합창단도 지도하고 있다. 교사들보다도 배우는 속도가 훨씬 빨라 가르치는 보람도 크다. 김씨는 “아이들이 음계 이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어서 ‘도레미송’을 먼저 가르쳤다. 아리랑도 알려줬는데 8분의5박자, 8분의 6박자가 대부분인 르완다 노래들과 리듬이 비슷해서 그런지 신나 하면서 계속 따라부르고 싶어하더라”며 웃었다.
김정임씨로부터 음악 수업을 듣고 있는 르완다 학생들. [KOICA 제공]
르완다에서 김씨의 봉사 활동 기간은 내년 4월이면 끝나지만, 임기 연장도 생각하고 있다. 3월을 목표로 합창 경연대회를 구상 중이기 때문이다.
그가 르완다에서의 음악 봉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일까. 그는 “단순하더라도 아이들이 보고 쉽게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음악 교과서가 마련되는 것과 음악이 정규 교과 과정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 연수 받는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계속 열심히 해준다면 3~4년 정도만 지나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습니다. ‘르완다의 노래’, ‘르완다의 동요’라는 것을 만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었을 때 ‘우와, 이 노래 좋다’고 감탄하는 날이 분명히 올 거에요. 전 르완다 사람들이 차근차근 이런 그들만의 음악을 찾도록 도울 뿐입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