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 앨라배마주 연설로 촉발된 미 스포츠계와 트럼프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집단 반발은 그가 지목한 미국 프로풋볼(NFL)은 물론 미 프로농구(NBA), 미 프로야구(MBL) 선수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선수들은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는 의미로 그라운드에서 무릎을 꿇는 행위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자긍심을 보여주기 위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것은 풋볼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미 전역에선 경찰의 총격에 의한 흑인 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속어를 섞은‘막말’로 불을 지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포츠계와의 갈등이 집중 조명된 24일(현지시간)에도 “스포츠팬들은 자신의 나라와 국가(國歌)에 자부심을 표하지 않는 선수들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NFL은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트윗글을 남겼다.
트럼프 VS 스포츠계 갈등 확대 중
저항 시작한 NFL 쿼터백 캐퍼닉
올해 계약 실패해 에이전트로 전직
"구단주들, 트럼프 때문에 계약 안해"
저항의 상징이 된 캐퍼닉이 사건 이후 실직 상태가 된 것이다.
NFL의 32개 구단 중 31개의 구단주는 백인이다. 이 중 몇몇은 트럼프에게 기부한 이력도 갖고 있다. 선수 대다수는 유색인종이어도, 구단주가 백인 일색인 NFL은 보수적이다.
캐퍼닉이 설 자리는 좁아졌다. 한 구단주는 그를 “반역자”라고 불렀고 그에겐 살해 협박도 쏟아졌다. 지난해 NFL 경기 시청률이 떨어진 것이 캐퍼닉 때문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로 인한 논란 때문에 팬들이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었다.
결국 올해 그는 어느 팀과도 계약하는데 실패했다. 캐퍼닉보다 실력이 나쁜 쿼터백도 주전으로 뛰는데, 그는 선수 계약을 하지 못해 에이전트로 활동 중이다. 이에 대해 일부는 “전성기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의 정치적 행동 때문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 여론조사 분석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지난 8월“쿼터백 평가 순위에 따르면, 평균 이상의 쿼터백 중 캐퍼닉처럼 실직 상태인 선수는 없다”며 “캐퍼닉은 정치적 견해 때문에 축출됐고, 팀을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스포츠계의 저항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AP통신은 24일 NFL 경기에서 100여 명의 선수가 항의시위를 했으며, 볼티모어 레이번스를 포함해 최소 3명의 구단주가 이에 동참했다고 전했다.또 32개 구단 중 약 절반이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