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렇게 재미없고 스트레스받는 게 과연 우리나라 명절의 전통일까? 조선 후기 명절 풍속을 집대성한 『동국세시기』를 보면 흥미진진한 놀이와 행사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사월초파일에는 집집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세우듯 기둥을 세워 형형색색 연등을 달았다. 특히 저잣거리에는 기묘한 등이 잔뜩 진열돼 구경꾼이 몰렸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퉁소나 거문고 들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논다. (조선 버스킹?) 장안은 불야성이 된다.” 이렇게 현대인의 축제와 다를 바 없고, 그래서 부활한 이곳저곳 연등축제는 내·외국인 불문하고 인기를 누린다.
정약용의 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 노래에 따르면, 심지어 추석은 며느리가 친정으로 ‘휴가’ 가는 날이었다. “초록장옷 반물(짙은 남색) 치마 장속하고 다시 보니 여름지어 지친 얼굴 소복(원기회복)이 되었느냐. 중추야 밝은 달에 지기 펴고 놀고 오소.”
현대 한국인이 전통명절에서 멀어지는 건, 놀고 즐기자는 진정한 전통이 사라져서다. 성평등의 명절문화 만들기가 화두인데, 명절의 근본 의미로 돌아가면 이게 더 쉬워진다. 차례를 한층 간소화하고 집 밖에서 축제 즐기는 시간이 늘어나도록 변해야 한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