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이 정체성을 잃고 시들어가고 있다. 21일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따르면 인사동 문화지구에는 주중 3만~5만 명, 주말 10만 명(종로구청 추정치)이 방문한다. 많이 이들이 이곳에 오지만 인사동의 정체성을 형성해온 전통 상점들이 설 자리를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정체성 잃은 인사동, 전통 상점 소멸
인사 전통문화보존회, 박람회 개최
상인들의 자발적 움직임의 첫 시작
정부와 서울시도 인사동을 지키려했다. 인사동은 2002년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라 역사문화자원의 관리 및 보호를 위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문화지구로 지정된 인사동과 관훈동, 낙원동 일대(17만5000㎡)에선 골동품과 화랑, 공예품 등 5가지 업종이 권장 업종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내지 못했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인사동을 되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생겼다. 고미술상과 화랑, 공예품 등을 비롯한 전통업 관련 상인들이 힘을 합쳤다. 여기에 서울시와 종로구청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민간 주도형 ‘인사동 재생’이다.
그 시작은 10월 28일부터 11월3일까지 열리는 ‘인사동 박람회(제30회 인사전통문화축제)’다.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행사다. 기존 인사전통문화축제는 인사동 문화지구의 메인 거리(북인사 관광안내소~인사사거리~남인사관광안내소의 600m 구간)에서만 진행됐지만 이번 박람회는 인사동 전 지역(면적 17만5743㎡)에서 열린다. 인사동 골목골목 전체가 박람회장이 된다.
행사장을 인사동 전체로 정한 건 인사동 골목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서다. 박람회는 단순히 관광객을 모으는 게 아니라 인사동이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고 정체성을 회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박람회 기간 인사동을 방문하면 골목 구석구석까지 전시된 화랑, 표구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 물건 값도 할인해 판다. 정용호 회장은 “해외산 저가 기념품이 대량으로 인사동에 들어오면서 싸구려로 변질된 인사동의 이미지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하는 상인들의 희망을 담아 박람회를 열게 됐다”며 “인사동의 역사와 전통을 알리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인들의 노력에 서울시도 화답했다. 지난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사동 상인들에게 “내년에는 인사동 박람회 예산을 늘리는 등 인사동 전통을 보존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덕분에 올해 8000만원인 박람회 예산이 내년에는 3억원으로 불어난다. 종로구청은 올해 말까지 인사동 문화거리 내 1000여 개 점포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동안 비권장 업종 상점에 대한 관리가 전무했지만,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또 전통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어떤 사업을 한다고 해서 인사동의 옛 모습으로 되찾긴 어렵겠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해 인사동을 지키는 전통업 종사자가 내몰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신헌호 대구일보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