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다른 두 대의 트랙터에 정신이 팔려 한참 앵글을 바꿔가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시골에서는 흔해 빠진 트랙터에 폭 빠져 있는 내가 주인에게는 이상하게 보였을 거다. 창문이 열리며 “어데서 오셨는데예?” 페라리 주인이 별 이상한 놈 다 본다는 듯이 묻는다.
골목 길에서 만난 패라리같은 예쁜 트랙터
장비부터 장만하려는 도시버릇 발동할 뻔
내가 겨우 농사 흉내나 내는 텃밭의 크기는 아무리 넓게 쳐도 990㎡ 남짓이다. 모종 심을 날 받는 일도, 농사 용어인 ‘로타리 치는’ 일도 내 몫이 아니다. 시골생활 세달박이에게 주어지는 일이라고 해봐야 고작 모종 심고(그나마 간격을 맞추지 못해서 스승님은 쏙쏙 뽑아 버린다), 풀 뽑고, 물이나 주는 건데 100마력짜리 트랙터라니. 밭에 있는 방울토마토가 비웃는 소리 들린다.
“공부 못하는 것들이 꼭 학기 바뀔 때마다 참고서부터 잔뜩 사고 말이야. 막귀 주제에 수 천만원짜리 오디오 샀다가 거미줄 치고, 겨우 관광 가서 마누라 사진이나 찍어주는 실력에 몇 백만 원 하는 DSLR 카메라 목에 걸고 다니다 목디스크나 걸리고 말이야. 시골생활 석 달짜리 주제에 무슨 트랙터야~~ㅋㅋㅋㅋ”
마음은 트랙터에 살수기를 달고 싶지만 내 손엔 비닐 호스가 들려 있고, 빨간 트랙터 위에 올라 앉아 멋있게 밭을 갈고 싶지만 역시 내 손에는 호미 한 자루 들렸다. 샀다면 트랙터 바퀴에 다 깔려 죽을 뻔한 고추며, 상추며, 방울토마토가 물을 맞으며 깔깔댄다.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트랙터의 페라리라는 존디어 라인업 중에 1억5000만원 하는 트랙터가 떡~ 입이 떡~)
지름신이 한 마디 하신다. “이놈아, 네 분수를 알아야지~ 뭐든 하려면 돈 들여 장비 장만부터 하고 보는 도시 버릇 썩 못 고칠래. 손바닥만한 밭뙈기 갈자고 앞뒤 못 가리고 지름신 호출이냐!!! 지름신, 너 아니라도 마나님들 호출에 바쁘다 바뻐~”
조민호 포월침두 주인 minoz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