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일본에 방사선의 일종인 중입자선으로 암을 치료하는 기술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지막 선택이었다. 일본 지바(千葉)현 이나게(稲毛)구에 있는 일본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에서 3주 동안 8차례의 중입자선 치료를 받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암 조직은 모두 사라졌고, 더는 전이도 진행되지 않았다.
박씨는 "별 통증 없이 수술이 끝났다. 상태가 많이 호전돼 식욕이 당길 정도”라고 말했다.
[창간 52주년 기획] 인류 10대 난제에 도전하다(2)
중입자 치료혁명..."생존율 80%, 에이즈처럼 정복"
김열홍 대한암학회 이사장은 “수술과 방사선ㆍ항암제 등 암 치료 기술이 함께 급진전을 이뤘고, 새로운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0년 뒤면 암도 에이즈처럼 인류에게 정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암 환자의 생존률이 2년에 1%포인트씩 증가하는데, 20년 뒤면 8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학계에서는 생존률 80%면 완치 가능한 질병으로 보고 있다.
암 유전자를 완전히 파괴하거나 신체의 면역체계를 복원해 암을 무찌르는 연구도 한창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환자의 몸에 방사성 물질을 주입해 암을 사멸시키는 치료법부터 다양한 입자선을 조합해 암을 퇴치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5~10년 뒤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표적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신체에 부담을 적게 주면서 암이 스스로 붕괴하게끔 만드는 착한 치료법들이다.
국립암센터의 김태현 교수는 “외과 수술과 방사선ㆍ약물ㆍ혈관 치료 등 모든 암 치료법은 상호 보완적이라 한 기술의 발전이 다른 기술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암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한국에서는 1983년부터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질병이다. 또 암을 극복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그 이상으로 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암 환자의 연령대도 20~30대로 넓어졌다.
김열홍 이사장은 “조기에 암을 발견하는 의료ㆍ복지 시스템 구축과 암 환자가 걱정 없이 치료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