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강릉의료원에서 빈소를 지킨 고 이영욱(59) 소방위의 아들(36)은 “아버지는 29년 동안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쉬는 날에도 가끔씩 소방서에 들러 후배들에게 진압 요령이나 노하우를 알려주는 등 사명의식이 투철하셨다”고 말했다. 강릉소방서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화재진압팀장인 이 소방위와 동료 고 이호현(27) 소방사는 이날 새벽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 나섰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숨졌다.
강릉 소방관 2인 안타까운 순직
정년 1년 앞뒀던 이영욱 소방위
쉬는 날도 소방서 찾아 후배들 격려
91세 노모와 가족여행 간다더니 …
8개월 전 임용된 이호현 소방사
소방관이 내 꿈이라던 27살 청년
경포 119안전센터가 첫 근무지
불난 석란정, 인근 호텔공사로 균열
두 소방관 잔불 정리하다 참변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이 소방위와 이 소방사는 이날 오전 4시29분쯤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난 불을 끄다 정자가 붕괴하는 바람에 잔해에 매몰됐다. 두 소방관은 건물에 매몰된 지 20여 분 만에 구조됐으나 병원 치료를 받다 숨을 거뒀다.
당시 화재는 경포119안전센터 소방관 4명이 진압을 했다. 센터 내에서 가장 고참인 이 소방위는 새내기 소방관인 이 소방사와 한 조로 근무했다. 이들은 정자 가운데서 잔불을 정리하다 참변을 당했다.
김남기 강릉소방서 예방계장은 “이 소방위는 정년을 앞둔 상황에서도 늘 화재 현장에서 먼저 뛰어들어 진압에 나서는 등 솔선수범하는 동료였다”며 “이 소방사 역시 성격이 밝고 적극적인 대원으로 이 소방위를 아버지처럼 따랐다”고 말했다.
최상규 경포 119안전센터장은 “두 소방관은 목재문화재 화재대응 절차와 붕괴위험에 따른 조치 등 표준작전절차(SOP)를 따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목조건물은 ‘부지직’ 하는 소리 등 붕괴 전조 증상이 없이 갑자기 무너지고, 야간 상황이어서 갑작스러운 붕괴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오 대전대(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목조건물은 불이 순식간에 옮겨붙어 삽시간에 타버리는 데다 금방 무너지는 특성이 있다”며 “이런 건물 화재 진압을 하려면 건물 내부로 진입하지 말고 화재가 더 커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적극적인 화재 진압활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붕괴 사고로 숨진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2001년 3월 서울 홍제동에서 연립주택 건물이 무너지면서 소방공무원 6명이 숨졌다. 2008년 8월 서울 대조동 나이트클럽 화재 당시 천장이 무너지면서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화재진압이나 구조활동 등을 하다가 현장에서 숨진 소방관은 모두 49명이다.
소방당국은 순직한 두 대원을 1계급 특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영결식은 19일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열린다.
강릉·세종=최종권·김방현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