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영(29) 동물매개치료사(꿈빛소금·울산학성동물매개치료센터장)가 질문하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성 센터장이 “정답은 반려동물이야. ‘애완’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장난감 같은 존재를 뜻하지만 ‘반려’는 나와 함께 이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가족·친구 같은 존재를 말해"라고 설명했다. 그제서야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성 센터장이 유기동물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틀었다. 교실은 금세 조용해졌다. 학생들은 강아지가 버려지거나 로드킬(동물이 도로에서 죽는 일) 당하는 장면에서 “가여워”, “아아…” 라며 안타까워했다.
영상이 끝나자 “다친 애들을 버리면 죄 아니에요?”, “유기동물을 입양하려면 돈 들어요?”, “왜 엄마는 강아지를 못 키우게 해요?”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학생들은 강아지가 아무리 귀여워도 직접 키우려면 책임감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수업은 두 귀가 없는 유기견 ‘꽃님이’에게 엽서를 쓰는 순서로 이어졌다. 학생들은 성 센터장이 이동용 개집을 가져오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강아지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꽃님이가 조심스레 책상에 발을 디디자 학생들은 기쁨을 속으로 삼키고 조용히 강아지와 눈을 맞췄다. 지난주 수업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함부로 만지면 강아지가 놀란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박진원(9)양은 꽃님이를 쓰다듬으며 “네가 올 때마다 우린 웃고 있을게. 너에게 힘을 주고 싶어. 다시 버려지는 일은 없을거야”라고 직접 쓴 편지를 읽었다. 박양은 수업이 끝난 뒤 “상처 받은 강아지를 위로하면서 친구들에게도 나쁜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앞선 9시 50분에 시작한 1교시에 이 학교 3학년 2반에서 강아지 심장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수업이 있었다. 강아지도 감정이 있는 생물이라는 사실을 배우는 동물매개교육 차원이었다.
손보경(48) 동물매개치료사는 학생들에게 11개월 된 포메라니안 ‘하니’를 소개하며 인간과 동물의 심장 박동 수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은 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두 명씩 짝을 지어 청진기로 직접 하니의 심장 소리를 들어봤다. 매번 '20초에 36회'로 심장 박동 수가 일정하게 나오자 학생들은 “놀랍다”며 탄성을 질렀다. 김성준(9)군은 “사람과 강아지의 심장 박동 수와 소리가 달라 신기했고 강아지를 키우게 되면 버리지 않고 오랫동안 함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치료사의 말이 끝나자 학생들이 “네~” 하고 우렁차게 화답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 한 명 한 명 하니와 작별 인사를 했지만 아쉬움 때문인지 우르르 달려나가 복도 끝까지 하니를 배웅했다.
그는 "동물매개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동물과 교감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의식을 배운다. 이런 활동으로 표현력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어 올바른 인성 형성에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동물매개교육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 장애 학생, 저소득층 학생 등을 위한 특수 교육에도 활용된다.
성 센터장은 “학교 폭력 가해 학생이 교육을 받은 뒤 버려진 길고양이를 데려 온 적 있다. 가해 학생은 나보다 약한 사람을 대하는 법을, 피해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은 자존감 높이는 법을, 장애 학생은 자신을 표현하는 법 등을 배운다”고 설명했다.
생명의 소중함, 책임의식을 배우는 동물매개교육
장애·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자존감·표현력 높여줘
학교 폭력 가해·피해 학생 치료에도 활용
울산 초교들, 동물매개치료센터와 활발히 교육
전영록(52) 교장은 “요즘 학생들이 교감 능력이 떨어지는데 강아지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준다.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도 동물매개교육 수업 때는 강아지를 한 번이라도 더 안아보려고 수업 태도를 바르게 해 전체 수업 분위기까지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번 4주 간의 수업이 끝나면 학생·학부모 설문조사 결과에 따라 동물 관련 단체와 협약해 외부인사 초청 강연, 봉사활동 등으로 동물 관련 교육을 계속할 방침이다.
현재 울산에서 6개 초등학교가 동물매개교육을 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인성교육을 강조하면서 민간업체와 동물매개교육을 하는 학교가 있다. 올해 교육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 효과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에서 ‘동물 교육’한다면 이렇게
-동물 키우기 전에 누가 원해서인지 분명히 할 것
-목욕시키기, 배변치우기 등 역할 분담은 확실하게
-동물을 장난감이 아닌 가족으로 대해야
-사나운 개를 만나면 움직이지 말고 기다릴 것
-버려진 동물을 발견하면 어른이나 경찰서에 알려야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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