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240번 버스’ 이야기로 인터넷 세상이 시끄러웠다. 지난 11일 밤 한 인터넷 카페에 “5살도 안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버스에서 내리고 뒷문이 닫혔고, 엄마는 못 내렸다”고 올라온 목격담은 “아주머니가 울부짖었다” “다음 역에서 엄마가 울며 뛰어나가는데 (버스 기사가) 큰소리로 욕을 하더라”는 상황 설명으로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욕설이나 비명은 없었다. 시는 버스회사와 운전기사의 규정 위반은 아니라며 “버스 안이 혼잡해 운전기사의 상황 파악이 늦었고, 이미 차선을 변경한 상태라 사고 위험 때문에 다음 정류소에서 문을 여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화풀이 대상을 겨누듯 쏟아지는 ‘말의 화살’은 정작 진실도, ‘진짜 문제’도 맞히지 못했다. 세 살배기 딸을 키우는 이모(31)씨는 “아이 엄마나 버스 기사가 욕을 먹을 게 아니라 승·하차를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버스운행 문화가 중요한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류모(36)씨는 “버스 기사뿐 아니라 승객들, 나아가 사회 전체가 ‘교통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아이를 데리고 버스 타는 엄마들이 왜 불안감을 느껴야 하느냐”고 말했다.
연수 중인 선배가 전하는 영국 브라이튼의 버스 풍경은 서울과 달랐다. 이층 버스는 승객들이 일어나 계단을 다 내려올 때까지 정류장에 조용히 멈춰 기다린다. 어린이나 노인이 타고 내릴 때는 이동식 경사로를 이용해 시간이 더 걸리지만, 재촉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다. 240번 버스가 갈등으로 내달린 건 누구 한 사람 탓이 아니다.
이 현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