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2015시즌을 앞두고 승부사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아울러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권혁·배영수·송은범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그런데도 시즌 최종전에서 져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에도 마지막까지 접전을 펼쳤지만 3경기를 남기고 탈락했다. 올해는 개막 두 달도 안 돼 김성근 감독이 자진사퇴 형태로 팀을 떠난 데 이어,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지면서 일찌감치 순위 경쟁에서 밀려났다.
한화, 포스트시즌 진출 또 실패
13일 삼성전 패배로 희망 날아가
최다 연속 실패 LG와 타이 기록
구단 주머니 열며 경기력 일시 호전
김성근 감독 사퇴로 다시 주저앉아
FA 결정 사령탑 없어 재기 안갯속
구단 운영도 갈팡질팡했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등에 모기업 상층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 2010년 한대화, 2013년 김응용, 2015년 김성근 감독 선임 과정에서 그랬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대화 감독 시절 젊은 선수 육성에 무게를 뒀지만 자리 잡은 선수가 많지 않았다. 김응용 감독 시절엔 이용규(33)·정근우(35)를 영입하는 등 지갑을 열었다. 하지만 9년간 현장을 떠났던 김 감독 지도력은 과거에 비해 초라했다.
사실상 시즌을 접었지만 그렇다고 뭔가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화에선 정근우·이용규가 FA 자격을 재취득한다. 둘 다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나이가 많다. 황재균·민병헌·손아섭·강민호 등 수준급 선수들이 시장에 나온다. 외국인 선수 재계약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팀 개선 방향에 있어, 젊은 선수 ‘리빌딩’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굳이 외국인 선수를 잡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모든 게 한화 고위 관계자 말처럼 “감독이 정해져야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들”이다. 이상군 감독 대행은 사실상 정식 감독 승격이 어려운 처지이다 보니, 한화 구단으로서도 이런 사안을 상의할 ‘야전사령관’이 없는 셈이다.
LG는 2011시즌 뒤 당시로선 “파격적”이라는 평가 속에 김기태 감독(현 KIA 감독)을 선임했다. ‘모래알’ 같은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적임자로 판단했다. 이듬해 LG는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김 감독이 떠난 2015년엔 재빠르게 양상문 감독을 선임했다. 계속 해설위원을 했던 현장 감각을 높게 평가했다. LG는 후반기 대약진하면서 4위로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한화는 2012시즌 뒤 김응용 감독 선임 때까지 42일이나 사령탑 자리를 비워뒀다. 다음 시즌을 준비할 ‘골든타임’을 날렸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팀의 현재 상황부터 정확하게 평가하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감독 선임과 프런트 개편도 서둘러야 한다. NC·넥센 등 좋은 성적이 나는 팀을 보면 야구 전문가들이 구단을 이끈다. 야구단은 일반 기업과 다르다. 그걸 인정하고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