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안보리가 열리기 직전인 11일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사상 최악의 ‘제재결의’를 꾸며 내려고 책동하고 있는 미국에 경고한다”면서 “우리는 그 어떤 최후수단도 불사할 준비가 다 돼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취하게 될 다음번 조치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사상 유례없는 곤혼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지난 7일엔 아태 대변인이 나서 “무모하고 어리석은 객기를 부릴수록 말로가 더욱 비참해 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거나,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은 “눈앞의 현실을 보지 못하고 푼수없이 놀아 대다가는 감당 못할 재난만을 뒤집어 쓰게 될 것”이라는 등 북한은 각종 매체들을 동원해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를 향한 막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국제사회가 제재를 결정한 직후 북한은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막말은 삼가는 분위기다. 13일 북한 외무성도 안보리 결의를 배격한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기존 수시로 발표하던 ‘성명’ 형식이 아닌 ‘보도’로 격을 낮췄다. 내용 역시 “(제재는)이 길(핵무기 개발)을 변함없이 더 빨리 가야 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굳게 가다듬게 하는 계기”, “미국과 실제적인 균형을 이루어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지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힘을 다져 나가는데 더 큰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지난달 6일 안보리 결의 2371호가 채택되자, 이튿날 가장 격이 높은 ‘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하며 “정의의 행동에로(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반발의 수위를 대폭 낮춘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이후 모든 공개활동을 핵과 미사일 개발 분야에 집중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북 제재 직후 민생챙기기에 나선 것도 다소 의외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북한 언론의 보도일을 기준으로 지난 6월 20일 치과 위생용품공장 방문을 끝으로 16차례의 공개활동을 했다. 이 가운데 정전협정체결일(7월27일)을 맞아 조국해방전쟁(6ㆍ25전쟁) 참전 열사묘 방문을 제외한 15차례의 활동 모두 미사일 발사와 핵무기연구소 등 핵ㆍ미사일 관련이었다. 그러다 안보리 제재 직후인 12일 전방이나 섬, 산골학교에 근무를 자원한 교원들과 면담을 하는 등 84일 만에 민생과 관련한 활동을 재개했다.
북한 아태 "천만군민의 서리발치는 멸적의 기상을 똑바로 봐야"
12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후 반발 이어져
그러나 제재 결정전 막말보다 수위나 형식 낮춰 주목
추가도발 기만일 수 있어 당국 촉각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