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층 우선 직종 정해 공공부문에 채용 우선권 줘야”

중앙일보

입력 2017.09.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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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키스 OECD 고용분석정책실장이 12일 ‘중장년 고용정책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좀 더 오래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려면 일할 의지가 있는 중장년이 쉽게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지탱하려면 중장년 고용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중장년 고용정책 포럼에서다.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 사회의 장년 일자리 정책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이 포럼은 고용노동부와 중앙일보가 주최했다. 특별강연에 나선 마크 키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분석정책실장은 “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은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성장 정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연령에 따른 채용 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끌어올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주최 중장년 고용정책 포럼
숙련된 노동경험 로봇이 대체 못해
일 할 의지 있으면 접근 쉽게하고
나이 안 따지는 인사관리제도 필요

8월 기준 한국의 노인(만 65세 이상) 인구는 725만 명으로 전체 인구(5175만 명)의 14%를 넘어섰다. ‘고령화 사회(노인 인구 비율 7%)’가 된 지 불과 17년 만에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동시에 올해 출생아 수는 15년 만에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구조적 난제다. 이를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기존 노동력의 활용도를 더 높여 충격을 줄여야 한다는 게 마크 키스 실장의 지적이다.
 
그는 구체적인 해결책으로 생산성에 따른 임금 체계 도입과 자영업 창업 장려 등을 꼽았다. 키스 실장은 “정보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개인의 경험이란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고용주가 이런 숙련된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확실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또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기술을 가르치라는 의미가 아니다. 수시로, 꾸준히 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건 기업과 정부가 손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용섭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일할 의욕이 있고, 능력을 갖춘 중장년이 등산으로 소일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며 “‘신 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구체화해 중장년의 일자리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8월 초 발표한 신 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계획은 65세 이상을 고용정책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존 법령이나 정책은 65세 이상을 복지의 대상으로 봤다. 단순한 일자리 알선보다는 재취업, 창업, 귀농·귀어·귀촌, 사회공헌과 같은 생애 경로에 맞는 ‘인프라’ 보강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전 대책과 다른 점이다.


중장년이 일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연금제도와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재현 상명대 보험경영학과 교수(한국연금학회 회장)는 “3대 연금 중 국민연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따른 세대 간 갈등이 불가피하고, 개인연금은 말 그대로 개인의 역량에 달린 상황”이라며 “중장년 고용 활성화의 가장 큰 목표인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선 퇴직연금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은 “중고령 인력을 특별히 대우하거나 그들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기업이 전체 인력을 나이에 상관없이 활용하는 새로운 인사관리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공공기관에 중장년층 우선고용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한준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빅데이터·사물인터넷·인공지능 등의 분야는 아무래도 중장년층의 진입이 쉽지 않다”며 “장년 우선 고용직종을 정해 공공부문에서 채용 우선권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출판 및 편집사무, 여행 및 관광통역 안내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라질 일자리만큼 새로 생길 일자리도 많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으로 예단할 필요는 없다”며 “기업과 근로자, 세대 간 협력을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