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에드 로이스(공화) 하원 외교위원장은 12일 열린 외교위 청문회에서 “미 재무부가 중국 단둥은행에 제재를 했던 것은 좋은 시작이었다”며 “중국이 북한과의 불법적인 거래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중국 자오상(招商)은행은 물론 심지어 농업은행 같은 대형 국유은행들을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스 위원장에 따르면 2005년 BDA 사태 당시 미 의회에서는 이미 북한과 불법 거래를 했다고 판단되는 중국의 대형 은행 12곳이 거론됐다. 그가 이날 언급한 중국 자오상은행과 농업은행을 포함해 건설은행, 단둥은행, 다롄은행, 교통은행, 진저우 은행 등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로이스 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그동안의 대북제재가 통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소유한 금융기관들과의 거래를 차단해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실제 로이스 위원장은 지난주 대북정책을 의회에 보고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중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독자 제재를 행동에 옮길 것을 요구했다.
워싱턴 조야에선 의회의 이런 움직임이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으로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일부 제한하는 것만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회 내에선 유엔 제재와는 별도로 중국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을 쉴 틈 없이 몰아붙이겠다는 로이스 위원장의 행보는 이런 의회 분위기를 반영한다.
미 정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앞서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뉴욕에서 한 강연에서 “중국이 유엔 제재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중국을 추가로 제재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 및 국제 달러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P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실망이 의회 내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가 의회의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키느냐가 향후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국내외 정책에서 지지를 얻는 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서울=홍주희 기자 luc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