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방부 “KAMD 완성하려면 바다의 사드 SM-3 도입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7.09.1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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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디케이터(DDG 73)가SM-3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군 당국이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완성하기 위해 미국산 요격 미사일인 SM-3를 도입해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SM-3는 미 해군이 이지스함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다. KAMD는 2023년까지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독자적인 방어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영우 의원(바른정당)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KAMD 보강을 위한 해상 탄도탄 요격 유도탄의 효용성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SM-3 도입 시 정상각으로 발사한 거의 모든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 특히 북한 미사일의 상승단계부터 요격이 가능해 ‘다층 방어체계’ 기능을 할 수 있다. 다층 방어체계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상승·중간·종말 단계마다 요격할 기회를 갖도록 다양한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군이 보유하고 있는 천궁과 패트리엇 미사일은 종말 단계의 하층인 고도 20㎞까지만 방어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 보유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도 종말단계의 상층(40~150㎞)을 맡고 있다.

‘KAMD 보강 보고서’ 주요 내용
고각 발사한 북 스커드 요격엔
“ SM-3가 사드보다 유리” 결론도

“한국의 미MD 체계에 편입 우려해
중국·러시아, 사드만큼 반발 클 듯”

그러나 SM-3는 최대 사거리가 700㎞에 이르고 최대 고도가 400㎞이기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상승단계에서 격추할 수 있다. 보고서는 특히 북한이 고도 60~80㎞에서 핵탄두를 터뜨려 감행할 전자기펄스(EMP) 공격을 막는 수단이 상층단계에서 격추가 가능한 SM-3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KAMD가 완성되더라도 지상에 배치돼 이동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을 막기는 쉽지 않지만 바다의 사드로 불리는 SM-3는 이지스함에 배치돼 있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강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한국에 사드 체계 배치를 기정사실로 삼고 다양한 방법으로 사드의 무력화를 모색해 나온 게 고각발사”라며 “무수단(최대 사거리 3500㎞급)의 경우 정상각도(30~45도)보다 높게 쏴서 최대 고도 1000㎞로 올릴 경우 최대 속도가 마하 15 정도로 높아져 KAMD로는 막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고각발사한 북한의 스커드-ER(1000㎞급), 노동(1300㎞급), 북극성-1형(1250㎞급)은 SM-3가 사드보다 요격에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드에 비해 높은 고도에서 요격이 가능하고, 사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SM-3 48발의 가격(7872억원)은 사드 1개 포대(48발, 2조1444억원·부지 비용 포함)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다.


보고서는 국방부가 올 3월 국방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 8월 제출받았다. 정부 소식통은 “보고서의 목적은 군 당국이 SM-3 도입에 대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 제출 이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합동브리핑에서 “KAMD에 이지스 체계(구축함 3척)가 들어오면 SM-3 등을 다층 방어체계로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고서는 SM-3 도입 시 사드 못지않게 중국·러시아의 반발을 살 것으로도 예상했다.
 
해외 미군기지를 타격하는 중·러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고, 미사일 정보를 미국·일본과 공유할 수 있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논란을 부를 수 있다. 보고서는 “주변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외교적 이해를 통한 주변국과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