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늙은 도시의 눈물 … 해법은 ① 부산 중·서·동·영도·사하구
지난 6일 오후 부산 영도구 대평동의 일명 깡깡이마을. 오래된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좁은 골목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 19세기 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조선소가 세워지고 수리 조선업이 성했던 곳이다. 수리에 앞서 배 외관에 붙은 조개껍데기나 녹을 벗겨내는 망치 소리가 ‘깡깡’ 울려 깡깡이마을로 불렸다. 지금은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줄고 현대식 그라인더를 사용해 ‘깡깡’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주민 떠나간 마을, 예술마을로 조성
주민들 “마을 다시 활기 찾았으면”
6개 구, 690억 들였으나 효과 ‘글쎄’
‘젠트리피케이션’에 되레 인구 줄어
전문가 “노후된 주거지뿐만 아니라
상업지역 함께 활성화할 재생 필요”
지난해 부산발전연구원 조사결과 지난 5년간 감천2동의 주택가격(표준주택 공시가격 기준)은 21.4% 상승하고, 상가는 5개에서 55개로 11배 증가했다. 관광객은 연간 130만명으로 400배 이상 많아졌다. 반면 인구는 2010년 1244명에서 2015년 말 1013명으로 오히려 18.6% 줄었다. 연구원은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때문으로 진단했다. 거주자가 늘기보다 관광객만 몰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만든 주민 거점시설 53곳도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예 문을 잠가 놓은 곳도 있다.
부산 원도심인 중·서·동·영도구 4개 구 인구는 2016년 45만6000여명에서 지난해말 38만1000여명으로 줄어드는 등 날로 쇠퇴하고 있다. 부산시가 주거환경개선과 지역역량 강화, 뉴스테이 등 많은 사업명 아래 수없이 많은 재생사업을 해온 이유다. 하지만 부서마다 사업 내용이 달라 그동안 몇건에 얼마의 예산을 투입했는지 집계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원도심의 노후 주거지만 보지 말고 주변 상업지역을 함께 활성화하는 재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승제 부산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지금까지 (지자체는)도로와 보도, 주차장, 마을 디자인 같은 하드웨어 사업에 집중해왔다”며 “앞으로 주민협의체 중심으로 주민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운 부산진구 관광위생과 계장은 “관(정부나 지자체)이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 상인과 건물주, 지역주민 등 구성원 스스로 대안을 찾아가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더 필요하다”며 “앞으로 행정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주민이 중심이 돼 추진하게 관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이은지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