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배경인 소설 늘어
중앙신인문학상 예심 현장
시 14명, 소설 13편, 평론 9편 본심에
SNS 일상어도 소설 언어로 등장
패기 있는 응모작 드물어 아쉬움
최첨단 감수성에 좀 더 예민했으면
시의 사건들도 인과관계 있어야
문태준씨는 “시 한 편 안에 들어 있는 여러 사건이 긴밀한 인과관계로 묶이지 않고, 우연적이고 연쇄적으로 배치된 느낌이어서 마치 영화 시퀀스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 많았는데 이런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조재룡씨는 “과거에 비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응모작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패기 부족’ 현상은 소설 응모작에서도 보였다. 이신조씨는 “소설쓰기의 정공법에 충실하달까. 묘사가 풍부하고 상황을 충분히 풀어서 설명하는, 그래서 성실히 썼다는 느낌은 들지만 새롭고 신선하다는 느낌은 덜한 응모작이 많았다”고 했다. 윤성희씨도 “20대가 그 연령대에 고민할 것 같은 내용을 다룬 작품을 찾기 어려웠다”고 평했다.
소설이라는 장르 특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는 지적도 많았다. 김도연씨는 “소재는 참신한데 문장이 탄탄하지 않은 작품들이 많았다”고 했다. 이신조씨도 “하고 싶은 이야기나 인물의 독특함을 소설적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데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묘사하는 데 그친 작품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백지은씨는 “50, 60대로 보이는 응모자가 자기 삶을 회고하는 경우 스스로의 삶을 정당화하는 재확인 과정일 뿐 정작 인생의 의미에 관한 탐구나 모색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 아쉬웠다”고 했다.
안정적·독창적 작품에 점수
앞서 거론한 단점이 상대적으로 덜한 작품들이 예심 관문을 통과했다.
조재룡씨는 “문장이 탄탄하고 실험을 주저하지 않거나, 새로운 사유를 벼려내려고 노력한 작품들을 본심에 올렸다”고 했다. 문태준씨는 “안정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작품을 골랐다”고 말했다.
윤성희씨는 “감각적인 문장으로 자기가 만들어낸 고민을 풀어낸 흔적이 보이는 작품에 손이 갔다”고 했고, 이신조씨는 “응모작 한 편이 아니라 다른 작품도 보고 싶게 만드는 응모자에게 끌렸다”고 말했다. 전성태씨는 “응모자들은 동시대의 최첨단 감수성에 예민해야 한다. 그게 문학 신인의 몫”이라고 당부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